[취재수첩] 월가가 걱정하는 총선 후 한국 국회
지난 16일 미국의 경제전문잡지 포브스의 팀 퍼거슨 아시아대표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지난 12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IR)에서 처음 만났던 그다.

퍼거슨 대표는 당시 “한국 정부가 올해 3%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국회 지지 없이 가능하겠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IR은 한국 시간으로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지난 13일 새벽에 열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IR에 참석한 약 200명의 월가 투자자들에게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국가부채비율이 36%에 불과해 재정을 더 풀 수 있고, 기준금리도 연 1.5%여서 추가 인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퍼거슨 대표가 보낸 이메일에는 총선 결과에 대한 월가의 평가가 들어 있었다. “선거 결과를 보니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이 뒤집힐 것으로 보이는데 당신 의견은 무엇이냐”는 내용이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한국 정부가 핵심적인 구조개혁을 실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퍼거슨 대표의 과잉 우려일까. 유 부총리의 이런 정책 의지에도 IR 현장에서 만난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딴 데 있었다. 월가 투자은행(IB)의 펀드매니저들은 “여당이 선거에서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정책 여력의 열쇠는 국회가 쥐고 있는데 유 부총리의 의지가 제대로 이행될지 의구심을 품은 질문이었다.

톰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도 “총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질문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갈수록 커지는 국회 영향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BNP파리바 관계자도 “한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며 “IR에서 발표한 정책을 한국 국회가 얼마나 호응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한국 정부와 국회 간 대립과 비협조는 외국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한국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가 됐다. 2011년 8월 미 의회와 행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 해소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대립하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자는 퍼거슨 대표가 보낸 이메일에 답장을 못하고 있다. 새로 구성되는 국회가 정부의 경제활성화 입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뉴스를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