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비대위원 인선도 하기 전에 여기저기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는 22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원유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켜 오는 6월께 열릴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뽑기 전까지 당을 이끌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여러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두언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사람들이 ‘권력을 위해 입안의 혀처럼 군 사람이 지금 그 사람(원 원내대표)인데 새누리당에 뭘 기대하겠느냐’고 한다”며 “비대위원장을 그런 사람이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느냐” “한 번 간신은 영원한 간신”이라고 인신공격성 비난까지 쏟아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 패배 책임이 있는 원 원내대표는 명예롭게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김세연 오신환 이학재 황영철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새 원내대표를 최단 기간 내에 선출해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김재경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유사 이래 최초 2당으로 만든 잘못을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 없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원 원내대표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그는 “성난 민심의 파도에서 난파선의 키(비대위원장)는 누군가 잡고 있어야 구조선(차기 지도부)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 아니냐”고 했다. 또 “길어야 2~3개월 하고 그만둘 비대위원장이 무슨 큰 벼슬이라고 자리에 연연하겠느냐”며 “당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반발하는 비박계에 대해 “일리 있는 지적이고, 충정을 이해하기 때문에 반박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지금은 당의 위기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지 네 탓 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