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겠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겠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후 첫 메시지에서 “새로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향후 국정 운영 방식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여소야대, 3당 체제의 새로운 정치지형에 맞춰 여의도 정치권과 대화와 협력,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설명했다. “이번 선거 결과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앞으로 야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보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은 이날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반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반성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해달라”고 했다. 원칙을 고수하고 타협에 인색한 박 대통령이지만 청와대를 향한 ‘성난 민심’을 인정하고 대(對)여의도 정치에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총선이나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패한 뒤 “민의를 받들겠다”고 사실상 반성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20대 국회가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노동개혁 4개 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혁과제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세계 경제 침체와 북한의 도발위협 등 경제·안보의 복합위기를 거론하면서 “이런 때일수록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들이 중단되지 않고 국가 미래를 위해 이뤄져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들도 선거 때문에 구조개혁이 지연되면 우리나라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야당과의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되 노동개혁을 비롯한 4개 구조개혁이라는 핵심 국정과제는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것을 두고 국민들이 노동개혁과 같은 구조개혁을 거부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더라도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둘러싼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여야 3당 간 치열한 대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 도발과 관련해 “안보와 남북문제에서는 여야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위한 각종 실험과 다양한 방법으로 도발과 위험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최근엔 5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도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