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코리아] '통일벼 아버지' 허문회, 백신 학자 이호왕…한국인 삶 바꾼 과학자 1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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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보급한 우장춘 3위
수학계 이름 알린 이임학 5위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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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코리아] '통일벼 아버지' 허문회, 백신 학자 이호왕…한국인 삶 바꾼 과학자 10인](https://img.hankyung.com/photo/201604/01.11565424.1.jpg)
1972년 국제학회에서 영국의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교수가 예측한 입자를 ‘힉스 보손(매개입자)’이라고 처음 명명하면서 ‘힉스’가 공식 명칭이 됐다. 하지만 1977년 42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 박사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소문으로 사후에 세인들에게 더 잘 알려졌다.
물리학자인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세계 정상급 물리학자로 과학사에 큰 획을 그었고, 한국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인지도 높은 이휘소·이호왕
이 박사를 비롯한 10명의 과학자는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근현대 과학기술인 중 해방 이후 활동한 학자 18명 가운데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이번 투표는 전국에서 1909명이 참여해 5명씩 중복 투표하는 방식으로 1주일간 진행됐다.
두 번째로 표를 많이 얻은 이호왕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1928~)는 10명의 과학기술인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한 인물이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1976년과 1980년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인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1990년에는 예방백신과 진단법을 개발했다.
우장춘 박사(1898~1959)는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과학자로 꼽힌다. 우 박사는 일본 도쿄대에서 배추 속 식물의 게놈을 분석한 ‘종의 합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50년 귀국해 195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농업과학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아 낙후된 한국 농업의 부흥에 이바지했다. 우 박사를 언급할 때면 흔히 ‘씨 없는 수박’을 떠올리지만 실제 그런 수박을 만든 사람은 그의 일본인 친구였다.
허문회 전 서울대 농대 교수(1927~2010)는 보릿고개란 말을 사라지게 한 식물육종학자다. 1971년 그가 개발한 통일벼는 다른 품종보다 생산성이 30%가량 높고 병충해에도 강해 쌀의 자급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이 낳은 세계 수학계 거물인 이임학 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1922~2005)도 존경받는 과학자로 많은 표를 받았다. 그는 1949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국제적인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1957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리군 이론이라는 수학사에 남을 이론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정부 압력을 거부하면서 국적을 박탈당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수학계의 오랜 복권 노력으로 2006년 정부는 그를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했다.
첫 컴퓨터 만든 공학자도 선정
이번에 선정된 과학자 10명의 연구 분야를 살펴보면 의학 3명, 농학 2명, 물리학 2명, 수학·전기공학·화학이 1명씩이다. 한국 과학기술인을 연구하는 김근배 전북대 과학사 교수는 “모두 그 시대에 활발히 활동하며 일찍부터 정부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라며 “서로 다른 영역에서 업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의 득표 순위로 업적을 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기려 박사(1911~1995)는 1943년 국내 최초로 간암 덩어리를 간에서 떼어내는 간설상절제수술을 성공한 데 이어 1959년 간대량절제수술에 성공한 전문가다. 장 박사는 25년간 구호·자선병원을 운영하고 국내 최초의 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인술(仁術)을 실천한 ‘한국의 슈바이처’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윤일선 전 서울대 총장(1896~1987)은 근대 의학을 도입해 기초의학의 기틀을 다진 한국 최초의 병리학자다. 1923년 일본 교토제국대 의학부를 졸업한 그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귀국해 조선의사협회 등 의사단체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조순탁 전 한국과학원장(1925~1996)은 한국물리학회 창립회원으로 물리학회 회장과 한국과학원 원장을 역임하는 등 물리학계 발전에 공헌했다. 한만춘 전 연세대 공대 교수(1921~1984)는 1961년 ‘연세 101 아날로그 전자계산기(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557호)’를 제작해 국내 전기전자공학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순경 전 재미과학기술자협회 초대회장(1920~2003)은 물리와 화학 분야에서 우수한 업적과 함께 후학 양성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