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김원석 작가 "작가 협업·탄탄한 연기가 만들어낸 마법 같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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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38.8%로 종영한 '태양의 후예' 김원석 작가
김은숙 작가와 각본 공동 집필
원작선 의사였던 주인공 군인으로 바꾼 게 '신의 한 수'
김은숙 작가와 각본 공동 집필
원작선 의사였던 주인공 군인으로 바꾼 게 '신의 한 수'
지난 14일 전국 시청률 38.8%로 종영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여러 가지 기록을 썼다. 방송 이전부터 방영권과 간접광고(PPL) 판매만으로 약 14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4년 만에 주중 미니시리즈로 시청률 30% 선을 넘었다. 최초로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동시 방영돼 현지 누적 조회 수가 27억회에 이른다. 일본 홍콩 영국 등 30여개국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김원석 작가(39·사진)는 이 잘나가는 콘텐츠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이다. 그가 쓴 원작을 토대로 김은숙 작가와 드라마 각본을 공동 집필했다.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첫 방송 시청률부터 예상치 못한 인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드라마 원작은 김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다. 재난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의료봉사자들의 이야기로 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을 받았다. 로맨스 드라마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와 함께 이를 드라마로 각색했다.
“주요 설정부터 서로 머리를 모아 작업했습니다. 김은숙 작가가 ‘원작이 멜로를 잡으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군대와 재난 상황 이야기를, 그는 멜로 부분을 주로 썼습니다. 원작에선 의사인 유시진(송중기 분)을 군인으로 바꾼 건 김은숙 작가의 아이디어였죠.”
두 작가는 보조작가 세 명과 함께 작업했다. 서로에게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을 때까지 온갖 상황을 지어내며 치열하게 토론했다. 의견이 나뉘면 다수결 투표로 내용을 결정했다. 김 작가는 “협업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결과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김은숙 작가의 손을 거치면 설렘 가득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제가 쓴 대사의 순서를 조금 바꾸거나 단어 몇 개만 다듬는데 감정선이 확 살더군요. 놀라웠죠. 시청률 30%를 넘긴 날, 그에게 ‘마법사와 한편이 된 것 같다’며 감사 문자를 보냈어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도움이 됐다. “송중기의 연기는 원래 구상하던 인물 이미지를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강모연을 연기한 송혜교는 펑펑 울다가 농담을 던지는 등 감정 처리가 어려운 장면이 많았는데 이를 잘 소화했고요.”
공동작업 중 받은 지적도 있다. 재난과 멜로가 반복적으로 부각돼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것. 다발성 총상에 심폐소생술(CPR)까지 받은 유시진이 벌떡 일어나 다음 작전에 참여하는 모습을 두고는 ‘불사조’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어느 드라마나 주인공과 적대자 간의 대립이 있습니다. 이 극에선 주인공이 재난과 전염병, 분쟁지역이라는 상황에 맞서다 보니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어요. 개연성이나 감정선을 좀 더 세밀하게 짚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후반부에 과도한 PPL이 극 전개를 방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PPL은 현재 드라마 제작 환경상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며 “내용에 해가 되지 않게 풀어내려고 했는데, 과도하다는 반응이 있다면 대본이 미흡했던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드라마는 결혼식 참석차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한 주인공들이 화산 폭발 소식을 듣고 또 한 번 구조작업에 나서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 다음 시즌을 기대해도 될까. “시즌 2를 낼 생각은 없습니다. 정말 열심히 써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 한 것 같아요. 이제 유시진이 강모연과 ‘비상’ 없이 행복하게 살길 바라야죠.”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김원석 작가(39·사진)는 이 잘나가는 콘텐츠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이다. 그가 쓴 원작을 토대로 김은숙 작가와 드라마 각본을 공동 집필했다.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첫 방송 시청률부터 예상치 못한 인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드라마 원작은 김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다. 재난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의료봉사자들의 이야기로 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을 받았다. 로맨스 드라마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와 함께 이를 드라마로 각색했다.
“주요 설정부터 서로 머리를 모아 작업했습니다. 김은숙 작가가 ‘원작이 멜로를 잡으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군대와 재난 상황 이야기를, 그는 멜로 부분을 주로 썼습니다. 원작에선 의사인 유시진(송중기 분)을 군인으로 바꾼 건 김은숙 작가의 아이디어였죠.”
두 작가는 보조작가 세 명과 함께 작업했다. 서로에게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을 때까지 온갖 상황을 지어내며 치열하게 토론했다. 의견이 나뉘면 다수결 투표로 내용을 결정했다. 김 작가는 “협업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결과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김은숙 작가의 손을 거치면 설렘 가득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제가 쓴 대사의 순서를 조금 바꾸거나 단어 몇 개만 다듬는데 감정선이 확 살더군요. 놀라웠죠. 시청률 30%를 넘긴 날, 그에게 ‘마법사와 한편이 된 것 같다’며 감사 문자를 보냈어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도움이 됐다. “송중기의 연기는 원래 구상하던 인물 이미지를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강모연을 연기한 송혜교는 펑펑 울다가 농담을 던지는 등 감정 처리가 어려운 장면이 많았는데 이를 잘 소화했고요.”
공동작업 중 받은 지적도 있다. 재난과 멜로가 반복적으로 부각돼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것. 다발성 총상에 심폐소생술(CPR)까지 받은 유시진이 벌떡 일어나 다음 작전에 참여하는 모습을 두고는 ‘불사조’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어느 드라마나 주인공과 적대자 간의 대립이 있습니다. 이 극에선 주인공이 재난과 전염병, 분쟁지역이라는 상황에 맞서다 보니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어요. 개연성이나 감정선을 좀 더 세밀하게 짚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후반부에 과도한 PPL이 극 전개를 방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PPL은 현재 드라마 제작 환경상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며 “내용에 해가 되지 않게 풀어내려고 했는데, 과도하다는 반응이 있다면 대본이 미흡했던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드라마는 결혼식 참석차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한 주인공들이 화산 폭발 소식을 듣고 또 한 번 구조작업에 나서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 다음 시즌을 기대해도 될까. “시즌 2를 낼 생각은 없습니다. 정말 열심히 써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 한 것 같아요. 이제 유시진이 강모연과 ‘비상’ 없이 행복하게 살길 바라야죠.”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