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경제민주화, 지속성장 틀 벗어나면 정치구호일 뿐"
4·13 총선을 통해 국회에 복귀하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인천 계양을)의 말엔 거침이 없었다.

송 당선자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후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김종인 추대론’은 ‘제2의 셀프공천’으로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당이 아직도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당선자는 “이번 선거는 더민주를 통해 새누리당을, 국민의당을 통해 더민주를 심판한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다”며 “제1당에 올라섰다는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 출마하면서 ‘당권 도전’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총선 뒤 당 대표 물망에 오른 여러 후보 중 당권 도전을 공식 표명한 이는 송 당선자가 유일하다.

송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 후보들은 홀로 각개전투하면서 외롭게 싸웠다”며 “당 지도부의 역할이 절실함을 느꼈고 당 대표 도전 결심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3선의 의정활동과 인천시장 경험 및 정책 생산능력 등 ‘내공’은 송 당선자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그는 “3당체제의 여소야대에서는 협상의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며 “앞으로 제1당으로서 정책적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인정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더민주가 당론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송 당선자는 “당이 내세우고 있는 경제민주화는 추상적 정치담론에 머물러 있다”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란 ‘틀’에서 벗어난 경제민주화는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송 당선자는 경제민주화나 보편적 복지 등 귀에 솔깃한 구호 대신 서민 주거난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인천시장 재임 시절 시험 운영한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누구나 집’은 정부의 주택기금을 활용해 서민이 목돈 부담 없이 적정 임대료를 내고 아파트에 장기간(최장 10년) 거주할 수 있는 정책이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김종인 대표가 큰 역할을 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셀프공천’과 비례대표 공천 파동은 당의 혁신을 위한 차원에서 엄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 심판에 따른 어부지리 승리로 잊고 있지만 ‘셀프공천’과 비례대표 공천 명단이 발표된 뒤 현장에 엄청난 역풍이 불었다”며 “이해찬 의원 등을 탈락시켜 전통적 지지세력을 등 돌리게 하면서 비례대표 공천은 엉망으로 했다”고 비판했다. 당의 공천이 정당성과 형평성을 모두 잃었다고도 했다. 특히 비례대표 선정 기준에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송 당선자는 “권노갑 박지원 등 동교동계가 다 떠난 상황에서 ‘DJ(김대중) 적통이 더민주에 있다’고 분투한 김홍걸 교수(DJ의 3남)를 비례대표 후보에서 제외한 이유가 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호남 출신인 송 당선자는 오는 22일 호남지역 더민주 낙선자들을 만나 민심을 되돌릴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여타 후보들에 앞서 ‘당권레이스’를 시작하는 것이다.

4선 중진이 된 송 당선자는 당내 계파가 없다. 운동권 출신이지만 노동운동 투신과 사법시험을 거친 이력 등이 당내 486그룹과 차별화된 행보를 걷게 했다.

계파색이 옅다는 것은 현실 정치에서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예전의 ‘독불장군’식 정치 스타일이 전당대회에서 ‘세'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에 의문을 표시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에 송 당선자는 “인천시장 선거에 떨어진 뒤 절치부심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며 “특정 계파에 몸담을 생각은 없지만 끊임없이 소통하겠다”고 했다. 송 당선자는 당권 도전의 명분과 협조를 구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과도 연쇄 회동할 계획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