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물건을 검색하다 보면 ‘건물만 입찰’이라는 명목으로 지상건물이 깔고 앉은 토지는 입찰에서 제외한 채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토지만 입찰’이라는 이름으로 지상건물은 매각에서 제외한 채 오로지 토지만 감정평가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언뜻 보면 토지와 건물 소유자 사이에 대립각이 서 있어 한쪽이 승자가 되면 한쪽이 패자가 되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양자 모두 수익을 내는 각자의 방법이 있기 때문에 보통은 양자 모두 승자가 되는 방향으로 결말이 난다.

각각의 경우 수익을 내는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토지만 입찰하는 경우 지상 건물에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토지 소유자는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건물철거를 요구할 수 있다. 이때 건물 소유자는 멀쩡한 건물이 철거되면 손해가 커지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가 비싼 값에 토지를 매수하라거나 헐값에 건물을 매도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해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건물이 철거되면 한 푼도 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자는 또한 건물이 철거될 때까지 땅 사용료, 즉 지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 지료는 보통 토지 입지나 최효율 이용 정도에 따라 연간 시세의 3~6%를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지료가 낙찰가가 아닌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지상에 번듯한 건물이 있다는 이유로 여러 번 유찰돼 시세의 50% 수준에 토지를 낙찰받았다면, 지료는 시세를 기준으로 3~6%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투하자금 대비 6~12%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실질이자가 거의 1~2%대 머물고 있는 현실에서 지료만으로 월등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지상에 존재하는 건물이 집합건물이라면 토지 소유자에게 구분소유권 매도청구권이라는 권리가 주어진다. 건물 소유자에게 건물을 시세대로 매도하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할 수 있고 이에 대해 건물 소유자는 거절할 권리가 없다. 번듯한 건물의 무분별한 철거를 막기 위해 어차피 철거될 건물이라면 토지 소유자가 시세대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이렇듯 토지 소유자에게 막강한 권리가 부여돼 있기 때문에 둘 간의 싸움에서는 일견 토지 낙찰자가 승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상건물에 법정지상권이 성립돼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법정지상권이 있다는 것은 건물 소유자가 땅을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의미인 만큼 토지 소유자는 최장 30년 동안 건물철거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건물 소유자와의 협상에서 강력한 무기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상건물이 빌라나 아파트 같은 집합건물이 아니라면 구분소유권 매도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다. 게다가 지료는 건물 소유자가 줘야 받는 것이지 제때 주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다. 지료 몇십만원 받으려고 몇백만원 주고 변호사 선임해 1년 이상 소송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토지 낙찰자와 건물 낙찰자 중 누가 승자인가는 선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경험과 기량에 따라 판가름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 토지 낙찰자와 건물 낙찰자가 한판 승부를 벌인 좋은 사례가 있어 소개해 본다. 필자의 제자 J씨가 포항에 있는 나홀로 아파트 8가구를 낙찰받았다. 건물만 입찰되는 물건이었고 얼핏 보면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아 철거될 운명의 건물이었다. J씨의 말에 따르면 특별한 해법이 있었다기 보다는 최저가가 감정가의 20% 정도에 불과하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입찰했다고 한다. 실제 건물을 이렇게 싸게 낙찰받으면 토지를 다소 비싸게 사도 수익이 남기 때문에 큰 위험부담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물건에 대한 자료를 꼼꼼히 검토해 본 결과 필자는 토지 소유자와의 협상이 쉽지 않으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 사건 아파트의 대지권의 목적인 토지도 경매에 나왔는데, 이미 누군가가 감정가를 훨씬 넘어서서 낙찰을 받아 둔 상태였다.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 건물인지라 철거를 빌미로 건물을 저렴하게 취득하던가 아니면 가격을 떨어뜨릴 대로 떨어뜨린 뒤 자신이 헐값에 낙찰받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토지 낙찰자가 토지를 너무 높게 낙찰받은 것이 문제였다. 토지 소유자는 당연히 낙찰가보다 높게 토지를 팔아야만 수익이 날 텐데, 그렇게 되면 건물 소유자로서는 시세보다 월등히 높게 싸는 꼴이니 도대체 협상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협상이 어렵자 정해진 수순대로 토지 소유자는 건물철거소송을 걸어 왔다. 누가 봐도 우리 쪽 패소가 분명해 보이는 사건이었지만 필자가 상대의 허점을 제대로 파고들어 건물 철거소송에서 우리 쪽이 승소하게 되는 행운까지 이어졌다. 이제 객관적으로 협상 우위는 우리 쪽이 쥐게 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협상은 계속 난항이었다.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너무 높게 낙찰받았다는 치명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다가 J씨가 토지낙찰가 정도에 토지를 매입하는 걸로 마무리됐다.

결과는 어떠한가. 둘 다 패배자일 뿐이다. 토지 낙찰자는 그간의 기회비용과 노력의 대가를 전혀 보상받지 못했고 건물 낙찰자는 토지를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샀으니 역시 손해인 것이다. 특수물건에 대한 해법이 보편화되고 있다 보니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이 간간이 발생하고 있다.

토지만 나온 물건을 응찰할 때는 건물마저 자신이 헐값에 낙찰받으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어떻게 리스크를 최소화할지에 대한 해법 정도는 강구해 두고 입찰해야 한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