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영국 펑키 뮤지컬 ‘데드 독’.
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영국 펑키 뮤지컬 ‘데드 독’.
앙상한 철골 무대, 정장을 갖춰 입은 살인청부업자 맥히스가 시장 굿맨을 향해 총을 쏜다. “이건 인류의 사악함을 위해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노래 구절과 함께 그는 현장을 떠난다. 시장 부인이 비통한 표정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가운데 기업가 피첨이 시장 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다. 피첨은 시장이 자신의 ‘검은 뒷거래’를 파헤친다는 것을 알고 맥히스를 고용해 그를 살해했다.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영국 펑키 뮤지컬 ‘데드 독(Dead dog in a suitcase)’의 줄거리다. 사회의 부조리와 상류층의 위선을 풍자하는 작품이지만, 극은 시종일관 위트 있고 유쾌하다. 영국 전통 인형극 ‘펀치와 주디’를 연상시키는 인형들이 익살스러운 풍자와 해학을 담당한다. 고음악, 포크 발라드, 디스코, 펑크, 힙합 등의 음악이 흥을 돋운다. 연주용 톱과 빨래판도 악기로 등장한다.

2014년 초연한 이 작품은 영국 뮤지컬계에 충격을 줬다. ‘영국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극단’으로 불리는 니하이 시어터의 작품이다. 영국판 ‘개천의 용’으로 불리는 니하이 시어터는 영국 남서부 바닷가 마을인 콘월의 시골학교 교사 연극 워크숍에서 시작한 극단이다. 배우가 되기 위해 런던에서 수차례 오디션을 봤던 마이크 셰퍼드 연출이 고향으로 돌아와 연극을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농부, 배관공, 대형마트 간판공, 학생, 카페 기타리스트 등 한 번도 연극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마을 사람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21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셰퍼드 연출은 “우리는 도시를 기반으로 하지 않았기에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었다”며 “천막, 숲속, 호숫가, 절벽 꼭대기나 채석장 등에서 공연을 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니하이 시어터는 동화와 신화, 전설에 바탕을 둔 작품을 거칠지만 독특한 에너지로 선보여 영국을 대표하는 극단으로 성장했다.

첫 내한 공연인 ‘데드 독’은 영국 극작가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로 더 유명하다. 원작은 18세기 영국 사회에 대한 풍자와 런던 하층민의 삶을 담고 있지만 ‘데드 독’은 이야기 구조만을 남겨둔 채 21세기 버전으로 개작했다. 작품에 ‘데드 독’이라는 파격적인 제목을 붙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영국에서도 젊은 세대를 극장으로 끌어모으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지루한 고전 작품이 아니라 반짝이고, 펑키하고, 감각적인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목을 바꿨죠.” 4만~8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