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이렇게 쉽게 뺄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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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와인택배' '맥주보이' 금지 열흘 만에 다시 허용
소비자 반발에 규제 철회…'치맥' 배달도 허용 검토
이상열 경제부 기자 mustafa@hankyung.com
'와인택배' '맥주보이' 금지 열흘 만에 다시 허용
소비자 반발에 규제 철회…'치맥' 배달도 허용 검토
이상열 경제부 기자 mustafa@hankyung.com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1일 야구장에서 생맥주를 파는 이른바 ‘맥주보이’와 주류 소매점이 소비자를 대신해 선물용 와인을 택배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치맥(치킨+맥주) 배달’도 이용자 편의를 감안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규제 당국은 이들 서비스가 주세법 등의 위반이라며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가 논란이 거세지자 한 달도 안 돼 전면 허용으로 방침을 바꿨다.
▶본지 4월11일자 A1면 참조
당국이 맥주보이와 와인택배 등에 대해 처음 규제의 끈을 묶게 된 과정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얼마나 ‘규제 만능’에 사로잡혀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맥주보이는 지난해 말 국회의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야구장 내 맥주와 음식 판매에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발단이 됐다.
국세청과 식약처는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회의를 열어 “맥주보이는 현행법(주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어느 곳이 ‘주도적으로’ 맥주보이를 금지했는지에 대해서도 두 기관의 설명은 엇갈리고 있다. 국세청은 “식약처가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내린 결정을 따랐을 뿐”이라고 했지만, 식약처는 “국세청이 주세법상 불법이라고 해 이런 의견을 KBO에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규제를 놓고 “미국 등 해외에서는 다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만 막고 있다”는 소비자 비난이 거세지고 ‘치맥 파티’를 위해 한국에 온 유커(중국인 관광객)마저 이와 비슷한 규제로 생맥주 대신 캔맥주를 마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국세청과 식약처는 전면 허용 방침으로 돌아섰다.
와인택배 서비스 허용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와인을 포함한 주류는 주세법상 ‘통신판매’가 금지되며 구매자가 판매점에 나와 결제하고 물건을 직접 가져가야 하는 ‘대면판매’만 허용된다.
‘와인의 불법 통신판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세청은 작년 11월 기획 점검에 나섰다. 이달 초 대면판매 규정을 어긴 소매점 65곳을 적발하고 총 2억6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번 단속은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국세청의 ‘과잉 규제’ 논란을 일으켰다. 대면판매 조건을 충족하려면 소비자가 직접 무거운 와인을 찾은 뒤 택배까지 부쳐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참가한 간담회 결과 이 같은 규제는 불합리한 것으로 판정됐고, 소비자가 주류 매장을 찾아 와인을 구매하면 매장이 택배를 대신해주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례들은 일부분에 불과한 문제가 지적되면 정부가 필요 이상의 과잉 규제를 도입하고, 이것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불만이 폭발하면 다시 풀어주는 ‘한국 규제의 전형적 사이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경제부 기자 mustafa@hankyung.com
▶본지 4월11일자 A1면 참조
당국이 맥주보이와 와인택배 등에 대해 처음 규제의 끈을 묶게 된 과정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얼마나 ‘규제 만능’에 사로잡혀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맥주보이는 지난해 말 국회의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야구장 내 맥주와 음식 판매에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발단이 됐다.
국세청과 식약처는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회의를 열어 “맥주보이는 현행법(주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어느 곳이 ‘주도적으로’ 맥주보이를 금지했는지에 대해서도 두 기관의 설명은 엇갈리고 있다. 국세청은 “식약처가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내린 결정을 따랐을 뿐”이라고 했지만, 식약처는 “국세청이 주세법상 불법이라고 해 이런 의견을 KBO에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규제를 놓고 “미국 등 해외에서는 다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만 막고 있다”는 소비자 비난이 거세지고 ‘치맥 파티’를 위해 한국에 온 유커(중국인 관광객)마저 이와 비슷한 규제로 생맥주 대신 캔맥주를 마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국세청과 식약처는 전면 허용 방침으로 돌아섰다.
와인택배 서비스 허용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와인을 포함한 주류는 주세법상 ‘통신판매’가 금지되며 구매자가 판매점에 나와 결제하고 물건을 직접 가져가야 하는 ‘대면판매’만 허용된다.
‘와인의 불법 통신판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세청은 작년 11월 기획 점검에 나섰다. 이달 초 대면판매 규정을 어긴 소매점 65곳을 적발하고 총 2억6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번 단속은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국세청의 ‘과잉 규제’ 논란을 일으켰다. 대면판매 조건을 충족하려면 소비자가 직접 무거운 와인을 찾은 뒤 택배까지 부쳐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참가한 간담회 결과 이 같은 규제는 불합리한 것으로 판정됐고, 소비자가 주류 매장을 찾아 와인을 구매하면 매장이 택배를 대신해주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례들은 일부분에 불과한 문제가 지적되면 정부가 필요 이상의 과잉 규제를 도입하고, 이것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불만이 폭발하면 다시 풀어주는 ‘한국 규제의 전형적 사이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경제부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