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쏟아지면 큰일"…메리츠 보유종목 피하는 운용사들
지난해 1조8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이며 주식형 펀드 시장을 싹쓸이한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8.09%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상반기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중에는 20% 이상 손실을 본 사례가 수두룩하다. 이 펀드가 집중적으로 담았던 중소형 성장주 중 상당수가 지난해 여름 이후 큰 폭으로 떨어져서다.

자산운용 업계에선 메리츠코리아펀드가 담은 종목들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 중 상당수가 ‘본전’을 회복할 시점에 맞춰 환매에 나설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펀드 환매 요청이 쏟아지는 시기엔 해당 펀드가 담은 종목들의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했음에도 시장에 나온 환매 물량이 많지 않다”며 “이 펀드에 자금을 투입한 은행권 투자자들의 성향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 창구를 통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원금을 회복하기 이전에는 환매를 꺼리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메리츠코리아펀드가 가장 많이 담고 있던 종목은 CJ(펀드 내 비중 3.80%)다. 이 종목의 주가는 올 들어 15.14% 빠졌다. 포트폴리오에서 두 번째 많은 오뚜기(3.09%)의 같은 기간 주가 하락률은 30.20%에 달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