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폴 베르메스 프랑스 파리상공회의소 의장(오른쪽)과 국내 재단법인 미르 김형수 이사장이 지난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요리학교 공동설립에 관한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미르 제공
장폴 베르메스 프랑스 파리상공회의소 의장(오른쪽)과 국내 재단법인 미르 김형수 이사장이 지난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요리학교 공동설립에 관한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미르 제공
프랑스 유명 요리학교인 에콜페랑디가 한식 요리수업을 정식 교육과정으로 도입한다. 타국 요리 수업을 개설하는 것은 이 학교 설립 약 100년 만에 처음이다. 한식을 배우는 외국 셰프가 대거 양성되면 한식 세계화에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에콜페랑디는 국내 재단법인 미르와 지난 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합의각서를 체결, 올해 말 프랑스 본교 3년 교육과정에 한식 요리수업을 개설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는 프랑스식과 한식 교육과정을 융합한 페랑디-미르 학교를 공동 설립한다. 에콜페랑디 측은 “양국의 음식을 서로 배우고 세계 음식문화를 선도할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1920년 설립된 프랑스 파리상공회의소 산하 요리 전문 교육기관이다. 프랑스 요리전문기술사 자격증(CAP) 시험에서 최고 합격률을 보이며 명문 학교로 자리잡았다. 매년 2000여명의 학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졸업생들은 프랑스 엘리제궁, 글로벌 식품업체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에콜페랑디와 함께 학교를 설립하는 재단법인 미르는 지난해 10월 설립됐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한류를 넘어 음식, 의류 등을 통한 신(新)한류 확산을 목표로 국내 주요 기업이 함께 세웠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16개 그룹이 총 486억원을 출자했다.

이번 합의각서 체결로 에콜페랑디 본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은 한식 융합과정을 수료한다. 국내에 설립되는 페랑디-미르 학교 학생은 정규(9개월) 및 단기(3개월) 과정으로 한식과 프랑스식을 함께 배운다. 본교와 페랑디-미르 학교 간 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상호 문화 교류도 확대한다. 페랑디-미르 졸업생은 프랑스 유명 레스토랑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턴십 기회도 주어진다. 한국 요리사들이 유럽에 진출하는 길을 터 주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교류가 확대되면 한식의 세계화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은 에콜페랑디 소식을 접하고,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에서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의 세계적 요리학교인 에콜페랑디가 한식과의 창조적인 융합을 통해 세계에 진출하는 길을 함께 모색하려 한다”며 “한국에 요리학교를 세우고, 프랑스 본교에 한식과정을 도입하는 것은 의미가 큰 일”이라고 말했다.

김형수 미르 이사장도 “에콜페랑디와 미르의 협업은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새 모델이 되고, 수준 높은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며 “에콜페랑디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한식 DNA’를 가진 글로벌 셰프를 양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