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의 세가지 '불편한 진실'
“금융당국조차 투자수익률이 좋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승인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세가지 '불편한 진실'
금융위원회가 오는 7월 말부터 3개월간 테스트베드(test bed:시험 무대)를 거쳐 검증된 로보어드바이저에 한해 온라인 자문과 일임 업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한 증권사 임원이 한 얘기다.

로봇과 투자자문가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알고리즘(연산규칙)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의미한다. 그는 “금융위의 로보어드바이저 검증 기준안을 들어봤는데 프로그램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보다 수익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놀랐다”며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구글 알파고 열풍을 타고 로보어드바이저 대세론이 퍼져 나가면서 보여주기식 수익률 경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전무는 “로보어드바이저의 무기는 수익률이 아니라 저렴한 수수료”라며 “전문 자산관리사인 프라이빗뱅커(PB) 대신 컴퓨터가 저렴한 비용으로 개인 맞춤형 자산배분을 해주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던 PB 서비스를 대중화하는 것이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인데도 시장에서는 수익률을 앞세운 마케팅 경쟁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컴퓨터 매매 신호에 따라 주식을 운용하는 시스템트레이딩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서정두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는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진정한 의미의 자산배분 솔루션이 아니라 퀀트(정량분석)와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시스템트레이딩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스템트레이딩은 기본적으로 기대수익률에 따라 알고리즘을 짜기 때문에 주식 등 특정 자산에 집중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여러 자산 간 상관관계를 따져 분산투자를 하면서 ‘고위험-고수익’이 아니라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로보어드바이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변동성) 관리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로보어드바이저를 자처하고 나선 일부 증권사와 투자자문사들은 시스템트레이딩 기법을 활용해 종목을 선별하거나 코스피200 선물을 매매하는 방식을 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배분 모델이 공개되지 않아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투자전략2팀장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포장돼 있지만 자산배분 알고리즘이 공개되지 않아 실제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앞다퉈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출시하며 인공지능이나 로봇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가운데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보를 조합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갖춘 곳은 전무하다. 쿼터백투자자문 디셈버앤컴퍼니 정도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해 정보를 분석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등의 기계학습을 일부 활용하고 있다고 알려졌을 뿐이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라고 소개된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공지능으로 포장된 채 한낱 금융회사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부터 실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허란 증권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