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수요일이면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3층 위원장 접견실의 불은 밤 12시 이후에도 꺼지지 않는다. ‘기업 재판관’ 역할을 하는 공정위 전원회의 위원들은 이곳에 모여 전원회의에서 심리한 사건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

접견실에선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기업의 유무죄 여부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액수가 결정된다. 결론에 따라 기업들엔 ‘부도덕’이란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 심사관들은 ‘무리한 조사’라는 질타를 받는다. 조만간 공정위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은행 금리 담합 등 대형 사건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공정위 전원회의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요즘 들어 부쩍 높아진 이유다.
SKT-CJ헬로비전 합병, 이들 9명 손에 달렸다
◆3년 임기 보장돼 선호도 높아

공정위 위원은 정재찬 공정위원장,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 김석호·신동권·김성하 상임위원, 이한주·왕상한·이재구·고동수 비상임위원 등 총 아홉 명이다. 상임위원은 공정위 고위공무원단 중에서 임명되는 1급 공무원이다. 비상임위원은 △2급 이상 공직 경험 △법조계 15년 이상 경력 △경영·경제·법·소비자 학문을 전공하고 대학, 공인 연구기관에서 15년 이상 근무 등의 조건 가운데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공정위원장이 적임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상임위원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공정위 1급의 꽃’으로 불리는 사무처장과 비견될 정도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 한 임기 3년을 꽉 채울 수 있다는 게 장점 중 하나다. 정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도 상임위원을 거쳤다.

비상임위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이한주),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왕상한), 행시 23회이자 숭실대 법대 교수(이재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고동수)으로 라인업이 구성돼 있다.

◆늦은 퇴근에 부인이 기사 역할도

아홉 명의 위원들은 적게는 한 달에 한 번, 많게는 네 번 정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전원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상임·비상임위원 일곱 명 중 세 명은 금요일 과천 심판정에서 열리는 소회의도 소화한다. 밤 12시를 넘어 퇴근할 때가 잦아 일부 비상임위원은 부인이 서울에서 자가용을 끌고와 세종 심판정에서 대기하기도 한다.

사건 심사를 위해선 경쟁법과 관련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필수다. 상임위원들은 매주 책상에 30㎝ 이상 쌓여 있는 심사보고서 등 관련 서류와 씨름한다. 심판정에서 기업 법무대리인과 심사관을 앞에 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여느 공정위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선 ‘침묵이 금’이다. 수당은 많지 않다. 비상임위원은 회의 참석 한 번에 10만~15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심리하는 사건 건당 40만원 정도의 수고비도 지급된다.

◆국회 간섭에 ‘독립성 훼손’ 우려

최근 전원회의 위원들의 판단에 관심이 새삼 커지고 있다. 은행 금리 담합 혐의 등 대형 사건의 법 위반 여부 판단은 물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등도 전원회의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국민의당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위원 구성에 변화를 주려고 하는 것도 공정위 안팎의 관심사다. 국민의당은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명분으로 상임위원을 세 명에서 다섯 명으로 늘리고 비상임위원을 네 명에서 두 명을 줄이는 대신 위원들의 임기를 5년으로 바꾸는 방안을 개정안에 넣었다. 상임위원 다섯 명의 추천권은 국회가 행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조계에선 전원회의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서 상임위원 다섯 명을 추천하면 전원회의 판단에 정치권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