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스트리밍 전쟁' 이기려면 '킬러 콘텐츠'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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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공룡' 넷플릭스 국내 진출…유료방송 시장 격변 예고
케이블TV 가입자 이탈 가속…매출도 사상 첫 마이너스
프로그램 단순 중계로는 생존 불가…대형화해 투자 강화해야
"방송 콘텐츠 유통 구조가 매체 중심에서 개별 콘텐츠 중심으로 이동했다
볼거리가 많은 뉴미디어 시대의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양희동 <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
케이블TV 가입자 이탈 가속…매출도 사상 첫 마이너스
프로그램 단순 중계로는 생존 불가…대형화해 투자 강화해야
"방송 콘텐츠 유통 구조가 매체 중심에서 개별 콘텐츠 중심으로 이동했다
볼거리가 많은 뉴미디어 시대의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양희동 <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
넷플릭스 진출에 요동치는 미디어시장
지난 1월 미국의 미디어 공룡기업 넷플릭스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30개 국가에 진출한다고 발표해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넷플릭스는 월정액 상품으로, 영화나 TV 프로그램 같은 영상 콘텐츠를 가입자 입맛대로 볼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다. 기존의 전파 및 케이블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해서 OTT(over the top) 서비스라고도 일컫는다. 여기서 top은 셋톱박스를 말한다. 넷플릭스는 2007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불과 8년 만에 190여개 국가에서 가입자 수만 8000만명 이상 확보하는 등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4년 말 기준 매출만 약 5조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72%나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약 50조원에 이른다. 작년에는 주가가 무려 120% 가까이 폭등했다.
넷플릭스의 위협은 덩치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최소 8달러만 매달 내면 온라인에서 고화질 영화 9000여편과 TV 시리즈 2000여편을 마음대로 시청할 수 있는 데다 직접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흥행몰이를 하면서 미국 내 방송 미디어 생태계 판을 뒤집었다. 그런 까닭에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소식은 언론뿐 아니라 주요 방송사 및 OTT 사업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였다.
미국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등 OTT 사업자가 대거 등장하면서 대규모 ‘코드커터(cord cutter)’가 발생했다. 코드커터는 기존 지상파, 케이블, 위성TV 등을 끊고 인터넷으로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를 뜻한다. 국내는 어떨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13세 이상 가구원 755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5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OTT 서비스를 1주일에 1~4일 시청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6%로 절반을 넘었다. 주 5일 시청하는 비율도 15.8%나 됐다. 한국 역시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태풍의 영향권 안에 들어와 있는 게 분명하다.
당장 케이블TV, 위성TV 같은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적신호가 켜졌다. OTT 시장 확대에 따라 국내 미디어산업의 중심 축을 이루고 있는 기존 유료방송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유료방송 가입자의 이탈이 2010년 이후 지속되고 있어서다.
OTT서비스로 쏠리는 ‘코드 커터’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도 방송시장경쟁 상황평가’ 결과를 보면, 케이블TV 사업자의 가입자가 2014년에만 13만명이 빠져나갔다. 방송사업 매출도 2조3462억원으로 약 330억원이 줄면서 역대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가입자 탈퇴와 매출 하락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산업의 도태는 OTT업체의 공세와 함께 디지털 전환의 부진, 콘텐츠 대가를 둘러싼 사업자 간 분쟁과 이에 따른 저가 경쟁에 휩쓸려 서비스 고도화가 지연되면서 까다로운 코드커터를 놓치고 있다.
자체 콘텐츠로 경쟁력 강화
미국 유료방송 시장의 위기는 더 빨리 나타났다. OTT서비스 등장으로 소비자의 시청습관이 변화하면서 미 케이블 채널들이 외면당했다. 스마트폰으로 스포츠 뉴스를 보는 이들이 생겨나자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전문 케이블 TV ESPN의 가입자 수는 9290만명으로 감소했다. 2011년 1억명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숫자다. 결국 작년 말 ESPN은 전체 인력의 4% 정도를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ESPN을 소유한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 월트디즈니사의 주가가 ESPN 때문에 폭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또 미국 상위 35개 케이블 채널 중 26개 채널에서 프라임타임 평균 시청률이 고꾸라졌다.
미국 컨버전스 컨설팅 그룹은 작년 미국 유료 TV 서비스 가입자 수가 113만명 줄었으며 올해는 111만2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2분기 케이블TV 가입을 해지한 고객만 62만5000명이다. 이에 비해 미국 OTT업체의 수익은 2015년 51억달러에서 2016년에는 31% 늘어난 67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가 ‘킬러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로 50억달러(약 6조원)를 쓰겠다고 밝히면서 아마존, 구글, 애플 등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IT)기업이 연이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지상파 TV프로그램 재방송으로 편성표를 채우던 국내 유료방송업계도 콘텐츠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이나 영화, 드라마를 가입자에게 단순 전달하는 역할로는 코드커터를 막을 수 없다는 자성에서 나온 결론이다.
방송 콘텐츠 유통 구조가 매체 중심에서 개별 콘텐츠 중심으로 이동했다.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든지 시청자들은 킬러 콘텐츠를 따라 매체를 선택한다. 말 그대로 볼거리가 많은 뉴미디어 시대의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킬러 콘텐츠가 있는 유료방송사들은 가입자 확보에 유리하며 동시에 비좁은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의 공세에 직면한 국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들은 규모의 싸움에서도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우물 안 개구리’ 시장개편 시급
국내 업계에는 단일 플랫폼과 개별적인 콘텐츠 투자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전면적인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개별적으로 운영 중인 플랫폼을 통합하고 그 위에 콘텐츠를 제작해 유통시키는 등 시장 친화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진화(共進化)를 이뤄야 한다.
기업들의 혁신활동과 자발적인 구조개편을 통해 성장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수 있도록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창의적이고 참신한 콘텐츠를 개발해낼 수 있는 토양을 다져주는 것도 중요하다. 시대 흐름에 뒤처진 각종 규제로 혁신 노력을 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양희동 <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
지난 1월 미국의 미디어 공룡기업 넷플릭스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30개 국가에 진출한다고 발표해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넷플릭스는 월정액 상품으로, 영화나 TV 프로그램 같은 영상 콘텐츠를 가입자 입맛대로 볼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다. 기존의 전파 및 케이블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해서 OTT(over the top) 서비스라고도 일컫는다. 여기서 top은 셋톱박스를 말한다. 넷플릭스는 2007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불과 8년 만에 190여개 국가에서 가입자 수만 8000만명 이상 확보하는 등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4년 말 기준 매출만 약 5조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72%나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약 50조원에 이른다. 작년에는 주가가 무려 120% 가까이 폭등했다.
넷플릭스의 위협은 덩치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최소 8달러만 매달 내면 온라인에서 고화질 영화 9000여편과 TV 시리즈 2000여편을 마음대로 시청할 수 있는 데다 직접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흥행몰이를 하면서 미국 내 방송 미디어 생태계 판을 뒤집었다. 그런 까닭에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소식은 언론뿐 아니라 주요 방송사 및 OTT 사업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였다.
미국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등 OTT 사업자가 대거 등장하면서 대규모 ‘코드커터(cord cutter)’가 발생했다. 코드커터는 기존 지상파, 케이블, 위성TV 등을 끊고 인터넷으로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를 뜻한다. 국내는 어떨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13세 이상 가구원 755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5년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OTT 서비스를 1주일에 1~4일 시청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6%로 절반을 넘었다. 주 5일 시청하는 비율도 15.8%나 됐다. 한국 역시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태풍의 영향권 안에 들어와 있는 게 분명하다.
당장 케이블TV, 위성TV 같은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적신호가 켜졌다. OTT 시장 확대에 따라 국내 미디어산업의 중심 축을 이루고 있는 기존 유료방송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유료방송 가입자의 이탈이 2010년 이후 지속되고 있어서다.
OTT서비스로 쏠리는 ‘코드 커터’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도 방송시장경쟁 상황평가’ 결과를 보면, 케이블TV 사업자의 가입자가 2014년에만 13만명이 빠져나갔다. 방송사업 매출도 2조3462억원으로 약 330억원이 줄면서 역대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가입자 탈퇴와 매출 하락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산업의 도태는 OTT업체의 공세와 함께 디지털 전환의 부진, 콘텐츠 대가를 둘러싼 사업자 간 분쟁과 이에 따른 저가 경쟁에 휩쓸려 서비스 고도화가 지연되면서 까다로운 코드커터를 놓치고 있다.
자체 콘텐츠로 경쟁력 강화
미국 유료방송 시장의 위기는 더 빨리 나타났다. OTT서비스 등장으로 소비자의 시청습관이 변화하면서 미 케이블 채널들이 외면당했다. 스마트폰으로 스포츠 뉴스를 보는 이들이 생겨나자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전문 케이블 TV ESPN의 가입자 수는 9290만명으로 감소했다. 2011년 1억명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숫자다. 결국 작년 말 ESPN은 전체 인력의 4% 정도를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ESPN을 소유한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 월트디즈니사의 주가가 ESPN 때문에 폭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또 미국 상위 35개 케이블 채널 중 26개 채널에서 프라임타임 평균 시청률이 고꾸라졌다.
미국 컨버전스 컨설팅 그룹은 작년 미국 유료 TV 서비스 가입자 수가 113만명 줄었으며 올해는 111만2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2분기 케이블TV 가입을 해지한 고객만 62만5000명이다. 이에 비해 미국 OTT업체의 수익은 2015년 51억달러에서 2016년에는 31% 늘어난 67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가 ‘킬러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로 50억달러(약 6조원)를 쓰겠다고 밝히면서 아마존, 구글, 애플 등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IT)기업이 연이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지상파 TV프로그램 재방송으로 편성표를 채우던 국내 유료방송업계도 콘텐츠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이나 영화, 드라마를 가입자에게 단순 전달하는 역할로는 코드커터를 막을 수 없다는 자성에서 나온 결론이다.
방송 콘텐츠 유통 구조가 매체 중심에서 개별 콘텐츠 중심으로 이동했다.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든지 시청자들은 킬러 콘텐츠를 따라 매체를 선택한다. 말 그대로 볼거리가 많은 뉴미디어 시대의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킬러 콘텐츠가 있는 유료방송사들은 가입자 확보에 유리하며 동시에 비좁은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의 공세에 직면한 국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들은 규모의 싸움에서도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우물 안 개구리’ 시장개편 시급
국내 업계에는 단일 플랫폼과 개별적인 콘텐츠 투자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전면적인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개별적으로 운영 중인 플랫폼을 통합하고 그 위에 콘텐츠를 제작해 유통시키는 등 시장 친화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진화(共進化)를 이뤄야 한다.
기업들의 혁신활동과 자발적인 구조개편을 통해 성장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수 있도록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창의적이고 참신한 콘텐츠를 개발해낼 수 있는 토양을 다져주는 것도 중요하다. 시대 흐름에 뒤처진 각종 규제로 혁신 노력을 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양희동 <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