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멜로소설 쓴 구효서 "느리면서도 긴장 살렸죠"
“오래전부터 멜로를 써보고 싶었는데 소원을 풀었어요. 멜로는 원래 멜로디(Melody)에서 온 말일 텐데 소설은 음악성을 끌어들이기 참 어려운 장르죠. 또 요즘에는 멜로라는 말이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뜻으로 변질했잖아요. 원래 의미의 멜로를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도구적 요소로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내년에 등단 30주년을 맞는 소설가 구효서 씨(58·사진)가 첫 멜로 소설이자 스무 번째 장편소설인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해냄)로 돌아왔다. 2014년 《타락》을 발표한 뒤 2년 만이다. 그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중적인 것은 쓰지 않는다는 오만함을 버리고 겸손해지자는 생각으로 이번 책을 냈다”며 “교통사고나 기억상실증 등 멜로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소설은 한국계 외국인 남녀 세 명을 등장시켜 색다른 삼각관계를 그린다. 테러를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얼굴도 바뀐 남자 수는 자신의 친구 엘린과 그의 연인 리의 보호를 받으며 함께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수는 기억을 회복해 리가 엘린이 아니라 자신의 여자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번 소설의 특징은 느린 흐름으로 긴장·갈등국면을 풀어낸다는 것과 배경을 낯선 아프리카로 설정한 것입니다. 긴장과 갈등, 격정이 나오는 대목에서 일반적으로 얘기의 흐름이 매우 빨라지지만 제 소설에선 느린 흐름에서 그런 긴장을 드러냅니다. 음악으로 치면 느린 아다지오 안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게 이번 소설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1987년 등단한 그는 장편소설, 단편소설집, 산문집, 동화 등 모두 34권의 책을 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