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표면금리(쿠폰레이트)가 0%인 회사채가 발행됐다. 사실상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회사채가 등장한 것이다.

유럽계 생활용품 회사 유니레버는 25일(현지시간) 3억유로 규모의 4년 만기 회사채를 표면금리 0%, 수익률 0.08%의 조건으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이는 유럽 회사채 발행 금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니레버는 이날 만기를 달리해 총 15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8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0.7%, 12년물은 1.21%로 책정됐다.

국채가 아닌 회사채 금리가 제로수준까지 떨어진 것인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 완화(채권 매입) 대상에 회사채까지 편입시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오는 6월부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핀란드 등 6개국 중앙은행이 신용등급 ‘BBB-’ 이상의 투자등급 유로화 표시 회사채를 매입한다.

WSJ는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은 자금조달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노다지를 캐는 것과 같은 시기가 왔다고 전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5년 만기 투자적격등급 유로화표시채권의 평균 금리는 연 1.0%로, ECB의 양적 완화 확대발표 이전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WSJ는 유럽 각국의 단기국채 금리가 대부분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