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들해진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모펀드에 성과보수 체계를 도입키로 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자산운용사들은 도입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현재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성과보수 도입이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 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성과보수 도입에 앞서 전산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 등 실무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위원회는 제3차 금융개혁추진위원회를 열고 성과보수 도입을 골자로 한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공모펀드는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하면 수탁고가 점점 줄면서 자산관리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공모펀드 수탁고는 2007년 17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27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번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은 공모펀드의 성과보수 체계 도입이다. 현재 공모펀드 운용사가 성과보수를 받으려면 개인 5억원·법인 10억원의 최소 투자금액이 필요하고, 설정한 기간에서 환매 금지, 투자자 신규 모집 금지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당국은 공모펀드에 성과보수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최소 투자금액 및 환매 금지, 투자자 신규 모집 등의 요건을 없앨 계획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박수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기획본부 부장은 "성과보수 도입이 운용사 입장에서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금융서비스를 받고 그에 대해 응당한 보수(fee)를 지불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로 성과보수 체계를 도입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운용사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기존 펀드에도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는 유형(클래스)를 추가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존 펀드와의 차이를 위해서는 성과보수를 받는 클래스의 운용보수를 기존보다 낮춰야 하는데, 이 경우 기존에 가입한 투자자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과보수 체계 적용 범위가 신규펀드에만 해당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운용전략은 같지만 보수체계가 다른 '쌍둥이 펀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당국이 주도하고 있는 소규모펀드 정리 계획과 상충된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펀드에 대해서 성과보수를 금지하는 나라는 별로 없지만 실제로 성과보수를 사용하고 있는 공모펀드는 많지 않다"며 "성과보수제 펀드는 손실이 났을 때 그만큼 부담을 져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성과보수 체계 도입으로 운용사 입장에서는 인센티브가 강화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역으로 성과보수 도입이 과도한 위험추구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성과보수체계 도입이 동기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다만 판매사 측면에서 시스템이 원활하게 구성되는 게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기존펀드에도 성과보수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야 투자자에 미치는 혜택이 커질 것"이라며 "하지만 투자자의 개별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인 제약"이라고 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