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용품 메이커 미즈노, 아식스의 승패를 가른 경영 전략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의 대응 속도가 회사 생존의 승부수


미즈노(MIZUNO)는 1906년 창업한 일본 대표 스포츠용품 메이커이다. 야구와 골프 용품을 핵심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미즈노는 10여년 전 경쟁사인 아식스(ASICS)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아식스의 매출은 4000억 엔을 돌파했다. 반면 미즈노는 절반인 2000억 엔 수준. 주식 시가총액에서도 미즈노는 업계 3위인 데상트의 50%에 불과한 상태다. 무엇이 아식스와 미즈노의 승패를 갈랐을까.

일본 경제주간지 동양경제(4월16일자)가 분석한 미즈노 부진의 원인은 두 가지이다. 첫째, 야구와 골프 등 특정 경기용품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일본에서 스포츠 인구는 감소 추세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야구 참가자는 2005년 1250만 명에서 최근 10년 새 680만 명으로 줄었다.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골프 인구도 같은 기간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본 국내 야구, 골프 용품 시장은 답보 상태다. 경쟁사인 아식스는 시장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아식스는 2001년 골프사업에서 철수했다. 대신 경영자원을 육상(런닝) 관련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개최되는 마라톤대회에 적극 후원해 세계 시민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최인한의 일본 바로 보기] 일본 미즈노와 아식스의 승패를 가른 경영 전략

반면 미즈노는 일본 대표 선수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일반인이나 보통 선수 대상의 시장용품을 등한시해온 이유다. 이 회사의 고위 간부는 “지금까지 유명 선수나 팀과의 계약을 중시해 사내에서 다른 논의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미즈노 임직원들의 이런 정서가 해외사업 진출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됐다. 미즈노의 해외 매출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아식스의 76%는 물론 데상트(53%)에도 훨씬 못 미친다.

미즈노는 최근 반격에 나섰다. 올 2월 캐주얼 슈즈 브랜드 ‘미즈노 스포츠 스타일’, 3월엔 ‘M-line’ 신상품을 출시해 대중용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경기용품에 편중된 기존 마케팅 전략에서 전환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스타일의 판매점(3월 말 기준)은 직영점을 포함해 50개에 그치고 있다. 인지도도 아직 낮은 편이다. 미즈노의 기획실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꿀 시기가 됐다” 며 “투자 전략도 새로 짜야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창업 110주년을 맞은 미즈노가 다시 부활해 스포츠용품 업계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대한 대응 속도가 업체들의 승패를 가르고 있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겸 일본경제연구소장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