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구 태극제약 대표는 “유럽 의약품 제조관리기준(EU GMP) 획득을 계기로 유럽과 신흥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태극제약 제공
이창구 태극제약 대표는 “유럽 의약품 제조관리기준(EU GMP) 획득을 계기로 유럽과 신흥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태극제약 제공
이창구 태극제약 대표는 스물아홉 살에 회사 경영을 맡았다. 이 대표보다 어린 직원은 사내에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당시 회사 사정은 채 서른도 안 된 그를 대표로 내세워야 할 정도로 다급했다. 한 해 5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던 기미 치료제 ‘도미나크림’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다. 영업직원들의 파업으로 직장폐쇄도 겪었다. 다른 제약사도 이익이 크지 않은 연고제 사업에서 슬슬 손을 떼고 있었다.

‘연고제 사업을 접을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경쟁사업자의 철수를 기회로 삼았다. 연고제를 특화하기로 한 것. 연매출 500억원에 맞먹는 자금을 최신 연고제 공장 설립에 투자했다. 태극제약은 국내 연고제 업체 중 처음으로 유럽 의약품 제조관리기준(EU GMP)을 통과했다.

○연고제 생산공장 첫 유럽 인증

태극제약 이창구 대표 "국내 최다품종 연고제 생산…올해 유럽 공략"
이 대표는 27일 역삼동 태극제약 서울사무소에서 “EU GMP 획득을 계기로 유럽 및 신흥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올해부터 해외영업을 강화하는 등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태극제약은 이 대표의 아버지 고(故) 이우규 회장이 1957년 설립한 회사다. 도미나크림, 흉터 치료제 ‘벤트락스겔’, 멍 치료제 ‘벤트플라겔’ 등 태극제약이 생산하는 연고제만 80여개 품목에 이른다. 연간 1700만개를 생산하고 있다.

이 대표는 1990년 회사 대표직을 맡았다. 당시만 해도 국내 제약시장에서 리베이트와 고소, 고발이 난무했다. 경쟁사 제품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리거나 정부부처에 부정행위를 투서하는 일도 잦았다. 태극제약 대표 제품인 도미나크림도 음해 대상이었다. 인기 제품이던 도미나크림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것. 이 대표는 “결과적으로 제품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타격이 컸다”며 “각종 투서나 조사에 지친 부친께서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대표에 올랐다”고 말했다.

○연고제 80개… 국내 최다 품종

이 대표는 경영을 맡으면서 과감하게 전문의약품 사업을 접기로 했다. 의사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은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는 “전문의약품은 수익성이 높지만 리베이트를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시장이었다”며 “당장 돈이 되더라도 나중에 회사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고 판단해 일반의약품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태극제약은 다른 제약사보다 연고제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도미나크림 사태는 대형 품목 중심에서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다품종으로 승부를 걸었다”며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고제를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40여개 제약사도 태극제약에서 59개 제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태극제약은 지난해 5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506억원) 대비 8% 이상 성장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제약사와 비교하면 매출 규모가 작은 편이다. 이 대표가 EU GMP 인증에 기대를 거는 것도 국내시장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충남 부여에 제2공장을 지으면서 EU GMP를 획득하기 위해 총 500억원을 투자했다. 해외에서 전문 컨설턴트 5명을 초빙해 상주시키면서 7년을 준비했다.

태극제약은 올해 1000만달러(약 115억원) 규모 수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영국 현지 제약사를 통해 24개 품목 허가 등록을 할 예정”이라며 “유럽 중동 호주 등 현지 회사와 연고제 위탁생산(CMO) 계약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