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더민주 ‘차르’ 대 ‘오너’ 전쟁…승자는 누구?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체제 연장 문제가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뇌관’이 됐다. 더민주는 내달 3일 차기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대 개최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 체제가 막을 내린다는 뜻이다. 때문에 전대 개최 시기는 당내 세력 싸움 측면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김 대표가 더민주에 영입된 것은 지난 1월14일. 당시 문재인 대표는 위기에 몰렸다. 안철수 신당 바람이 불면서 호남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탈당이 본격화 됐다. 비주류들은 문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공세에 나섰다.

문 대표는 1월17일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초 김 대표가 영입될 때만 하더라도 ‘바지사장’역할에 그칠 것이고, 뒤에서 문 전 대표가 실질적 ‘오너’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김 대표는 당내에서 지분이 없었다. 기댈 언덕이 없는 마당에 힘을 쓸 수 있겠느냐는 관측이 유력했다. 문 전 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친노무현계가 당의 실질적 주인이었다.

그게 아니었다. 김 대표는 고비때마다 ‘독설’에 가까운 발언과 ‘파업’으로 존재감을 높였다. 이런 과정에서 ‘차르(옛 러시아 황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제왕적 총재’ ‘점령군 사령관’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는 현안에 대해 속전속결식 움직임으로 당을 장악해 나갔다. 지난 3월1일 밤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 결정 여부를 놓고 당내 갈등이 벌어졌을 때 “내일부터 다른 기사들이 나올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음날 꺼내든게 총선 전 야권 통합론이었다. 통합론으로 필리버스터 종료 논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차기 대통령감을 못만났다”며 문 전 대표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선 “의사 하다가 (컴퓨터 보안)백신 하나 개발했는데, 경제를 잘 알겠느냐”고 비난했다.

지난 3월22일 비례대표 공천 파동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구기동 자택 칩거에 들어갔다. 김 대표의 칩거는 경남 양산에 내려가 있던 문 전 대표를 불러 올렸다. 문 전 대표의 ‘간청’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그는 당무에 복귀했다.

그러면서 그는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자신의 사람들을 심었다. 당내에 세력의 뿌리를 내린 것이다.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친노 측은 견제에 들어갔다. 친노계에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김 대표를 그냥 놔 둘순 없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 사퇴 파동 당시 내년 대선때까지 역할을 해달라고 했지만 이러다간 당 자체를 ‘손님’에게 내줄 수 있다고 친노계의 한 의원은 말했다. 그는 “김 대표가 내년 대선판까지 좌지우지하도록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바지 사장’이 당의 ‘오너’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얘기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김 대표에게 “비대위가 끝난 뒤 당 대표를 할 생각을 않는 것이 좋겠다. 당 대표를 하면 상처를 받게 된다”고 했다. 대선때까지 역할을 해달라는 것과 확 달라진 태도다.

김 대표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親文)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을 한다”고 반박하면서 두 사람은 정면 충돌했다.

김 대표 측은 전대를 늦춰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한동안 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20대 국회 초반 당의 기본 틀을 ‘김종인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다. 주요 당직에 자기 사람을 심을 수도 있다. 자연스레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김 대표가 전대 경선에 직접 출마해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김 대표 측에서 나오고 있다. 친노 쪽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의 수다.

‘차르’ 대 ‘오너’가 본격 경쟁에 들어간 형국이다. 내달 3일 전대 시기 결정이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