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명필 김생(金生)의 예혼을 추구하는 심천이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작품전을 연다. 20여년 만에 서울에서 펼치는 이번 전시에는 이순신 장군의 칼 이름을 작품화한 ‘충무공 검명(忠武公 劒銘)’을 비롯해 관세음보살 보문품 전서 40폭 병풍, 윤봉길 의사의 출가명(出家銘) 등 수작 150점을 걸었다. 한 획, 한 획 자유분방하면서도 나름의 질서가 갖춰진 그의 글씨는 막힘 없이 유려하면서도 강건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국 상하이 매헌공원과 창사(長沙) 임시정부를 본 소회를 붓끝에 녹여낸 ‘윤봉길 의사 출가명’은 독립운동가의 애국심이 심천의 붓끝에서 다시 태어났다. 대장부가 나라를 위해 집을 나가니 살아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의 결의와 목숨을 건 각오가 소품인데도 대작을 방불케 한다.
관세음보살 보문품 전서 40폭 병풍은 획을 그을 때마다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깊은 불심이 녹아 있어 관람객을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한다. ‘명월장풍(明月長風)’ ‘전가유명덕(傳家有明德) 충무공 명검’과 같은 작품에서는 둥글고 원만한 획에서 분출되는 유려함과 강한 골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또 근심을 잊고 일에 빠진다는 ‘약이망우(樂以忘憂)’과 ‘천지신지(天知神知)’에서는 속도감이 살아있고, ‘서산대사시 곡지(西山大師詩 曲池)’와 ‘군자필신기독(君子必愼其獨)’에서는 자유로움과 형태미가 돋보인다.
경주에서 태어난 심천은 1974년 경주 석탑다실 전시를 시작으로 서라벌문화회관(1986), 포항상공회의소(1989), 서울 백악예원(1994), 포항MBC(2011), 중국 시안총영사관(2014)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031)283-641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