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레고 왕국', 네 번째 가업승계
세계 최대 장난감 회사 레고가 4대째 가업 승계를 이룰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키엘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레고그룹 회장(80)이 그의 아들인 토마스 키르크 크리스티안센(37·사진)을 부회장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번 임명이 2007년부터 시작된 지분 승계 작업의 마지막”이라고 전했다. 키엘드 회장은 2007년 자신과 아들의 레고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여동생 지분을 매입했다.

이번에 토마스 부회장은 키엘드 회장을 대신해 레고그룹 지분의 25%를 소유한 레고재단 사장으로도 임명됐다. 키엘드 회장은 레고그룹 지분의 75%를 소유한 지주회사 키르크비의 회장으로 남아있게 됐다. 키르크비는 키엘드 회장의 가족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토마스 부회장은 최고경영자(CEO)로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는 “크리스티안센 가문은 앞으로도 CEO를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센 가문은 각 세대에서 한 명을 선택해 가문, 레고그룹, 레고재단의 관계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겨왔다.

레고가 경영위기에 봉착한 2004년 키엘드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고 당시 33세였던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의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를 CEO에 임명하면서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다.

크누스토르프 CEO는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레고 블록사업에 집중하면서 레고그룹을 다시 성장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레고그룹은 지난해 140여개국에서 13억9000만달러(약 1조3900억원)의 이익을 거두며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토마스 부회장은 매년 수십억개의 레고 블록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유성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한 물질을 찾는 동시에 크누스토르프 CEO와 함께 레고그룹의 성장세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토마스 부회장은 ‘레고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는 크리스티안센 가문의 철학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레고그룹을 연구해 온 런던 캐스비즈니스스쿨의 메리언 루이스 학과장은 “토마스 부회장은 크리스티안센 가문이 추구하는 가치를 물려받았다”며 “그들은 항상 레고가 단순히 놀기 위한 장난감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발전하기 위한 교보재라고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