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 문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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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경직화로 실업률 높여…경영효율과 법리성에서도 논란
유럽에서도 고도성장기에 도입…저성장에 빠진 한국과 맞지 않아"
전삼현 < 숭실대 교수·법학 shchun@ssu.ac.kr >
유럽에서도 고도성장기에 도입…저성장에 빠진 한국과 맞지 않아"
전삼현 < 숭실대 교수·법학 shchun@ssu.ac.kr >
지난달 27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을 발표하면서 오는 10월부터 노조를 경영에 참여시키는 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를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도입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점차 민간기업에도 적용할 뜻을 비치면서 정치적 행보를 시작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문제는 근로자 경영 참여 제도가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노동시장을 경직화시켜 투자 억제는 물론이고 실업률을 증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는 점이다. 오늘날 독일 부흥의 기폭제로 평가받는 2003년의 하르츠개혁 역시 근로자 경영 참여가 가져온 노동시장 경직화를 보완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과거 기업 경영 투명성과 노사 협력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회적 갈등을 증폭하고 상호 불신, 경제성장 동력 상실에 도달했다. 독일이 최고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가 노동이사제에 있다”며 근로자이사제가 마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4조원 이상의 적자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서울메트로와 같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물론 도덕적으로 무장된 노조라면 다소 이해가 될 수 있기는 하겠지만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등은 지난 5년간 평균 4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도 직원들에게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또 근로자이사제 도입은 경영효율성 이외에 법리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방자치법상 서울시 조례에 근로자이사제 등의 설치 근거 규정을 두는 것이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즉, 근로자이사의 설치 및 운영은 ‘근로기준 등 전국적으로 기준을 통일하고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무’에 해당해 지방자치법상 제한될 수 있다(법 제11조 제5호). 서울시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다룬 대법원 판결에서도 “사무의 성질이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처리가 요구되거나 경비부담과 최종적인 책임 귀속의 주체가 국민인 경우에는 조례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물론 독일이나 유럽은 근로자 경영 참여가 고도 경제성장 단계에서는 나름대로 순기능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성장이 멈춘 지금 독일은 물론이고 유럽 국가들의 근로자 경영 참여에 대한 법제도적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독일 노동개혁의 대표적 사례인 하르츠개혁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더욱이 독일이나 유럽에서도 근로자 경영 참여는 고도 성장기 노동집약적 제조산업을 중심으로 1970년대에 주로 도입된 제도다. 이는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로 저(低)성장구조 늪에 빠진 한국이 선택할 생존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각국 사례를 보듯이 근로자 경영 참여는 역사적으로 해당 국가의 노동시장을 경직화하고 투자를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돼 왔다. 지난 수년간 국내 투자는 급격히 감소한 반면 해외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의 근로자 경영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인 듯하다.
이를 인식한 듯 박 시장도 근로자이사제 도입에 앞서 서울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는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심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인기 영합주의라는 함정은 너무도 깊기 때문이다.
전삼현 < 숭실대 교수·법학 shchun@ssu.ac.kr >
문제는 근로자 경영 참여 제도가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노동시장을 경직화시켜 투자 억제는 물론이고 실업률을 증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는 점이다. 오늘날 독일 부흥의 기폭제로 평가받는 2003년의 하르츠개혁 역시 근로자 경영 참여가 가져온 노동시장 경직화를 보완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과거 기업 경영 투명성과 노사 협력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회적 갈등을 증폭하고 상호 불신, 경제성장 동력 상실에 도달했다. 독일이 최고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가 노동이사제에 있다”며 근로자이사제가 마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4조원 이상의 적자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서울메트로와 같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물론 도덕적으로 무장된 노조라면 다소 이해가 될 수 있기는 하겠지만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등은 지난 5년간 평균 4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도 직원들에게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또 근로자이사제 도입은 경영효율성 이외에 법리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방자치법상 서울시 조례에 근로자이사제 등의 설치 근거 규정을 두는 것이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즉, 근로자이사의 설치 및 운영은 ‘근로기준 등 전국적으로 기준을 통일하고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무’에 해당해 지방자치법상 제한될 수 있다(법 제11조 제5호). 서울시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다룬 대법원 판결에서도 “사무의 성질이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처리가 요구되거나 경비부담과 최종적인 책임 귀속의 주체가 국민인 경우에는 조례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물론 독일이나 유럽은 근로자 경영 참여가 고도 경제성장 단계에서는 나름대로 순기능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성장이 멈춘 지금 독일은 물론이고 유럽 국가들의 근로자 경영 참여에 대한 법제도적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독일 노동개혁의 대표적 사례인 하르츠개혁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더욱이 독일이나 유럽에서도 근로자 경영 참여는 고도 성장기 노동집약적 제조산업을 중심으로 1970년대에 주로 도입된 제도다. 이는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로 저(低)성장구조 늪에 빠진 한국이 선택할 생존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각국 사례를 보듯이 근로자 경영 참여는 역사적으로 해당 국가의 노동시장을 경직화하고 투자를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돼 왔다. 지난 수년간 국내 투자는 급격히 감소한 반면 해외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의 근로자 경영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인 듯하다.
이를 인식한 듯 박 시장도 근로자이사제 도입에 앞서 서울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는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심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인기 영합주의라는 함정은 너무도 깊기 때문이다.
전삼현 < 숭실대 교수·법학 shchun@ss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