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철강·건설·유화
연내 구조조정 안 되면 대규모 추가 충당금 부담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비중은 특수은행이 전체의 88.5%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취약 업종 전체로 대상을 확대하면 일반은행의 익스포저도 적지 않아 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은행별 전체 여신에서 5대 취약업종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KEB하나은행 11.6%, 우리은행 10.5%, 신한은행 10.2%, 국민은행 7.9% 등이다. 부산(19.6%), 경남(17.5%), 대구(13.2%), 광주(10.7%) 등 지방은행도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에 달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취약 업종 구조조정 확대로 앞으로 일반은행의 여신 건전성 분류가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은 지난해 말 이미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돼 필요한 충당금이 적립됐지만, 상당수 5대 취약 업종 여신은 여전히 정상 여신으로 분류돼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정상과 요주의로 분류된 조선·해운 관련 여신의 70% 정도가 각각 요주의 또는 고정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상과 요주의로 분류된 철강·건설 여신의 50%도 각각 요주의와 고정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상과 요주의로 분류된 석유화학 관련 여신은 20%가 각각 요주의와 고정으로 재분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11개 일반은행은 추가적으로 최소 3조1437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석이다. 11개 일반은행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5조335억원)의 62.5%에 달하는 규모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연내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져 일반은행의 부실채권 부담이 커지면 연말께 각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현재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고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은 시중은행에 AAA, 지방은행에도 AA+ 이상의 초우량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CRO)은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가계여신 건전성도 악화할 수 있다”며 “이런 가운데서도 성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은행 간 출혈 경쟁이 계속되고 있어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