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손해배상소송서 수십 억대 합의 이끌어낸 변호사팀 눈길
지난 2011년 4월 원인미상 중증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등 약 142명이 사망하고 530명이 폐 손상을 입은 사건으로 당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논란이 뜨거웠었다. 이에 사망한 임산부와 남성 등 8명에 대한 역학조사가 실시됐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폐 손상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토대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 자제와 판매중단 및 회수 권고조치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의심사례가 속속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에서는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를 들어 조사를 중단함으로써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사건 발생 5년여 만인 최근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스스로 제조사와 판매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오고 있었는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는 법원의 기각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나머지 제조사와 판매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지지부진한 성과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법무법인 바른의 윤경 변호사와 백창원 변호사 팀은 제조사인 옥시 측 소송대리인이었던 법률사무소를 상대로 합리적 합의를 이끌어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피해자 55명을 소송대리하여 지난 2012년 옥시와 한빛화학, 롯데쇼핑, 홈플러스, 세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32534, 2014가합563148, 2014가합563087 및 서울동부지방법원 2014가합10210)에서 수십억대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당시 이들은 현재 검찰 조사로 세상에 속속 드러나고 있는 ‘옥시 측의 증거조작 혐의’, ‘가습기 독성물질 PHMG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있는 실험 자료들’을 이미 확보한 상태여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윤경 변호사는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발생 위험도가 47.3배가 더 높다고 밝혀냈고 독성실험결과 제품의 독성이 역학조사 결과와 일치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백창원 변호사는 “당시 흡입독성실험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면서, “살균제 성분을 투여한 실험쥐가 9일도 되지 않아 폐 섬유화가 발생되어 죽었고 이러한 사실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인과관계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옥시 측 변호인단은 사건 초기 ‘간질성 폐렴’ 등의 진단명을 문제 삼아 해당 사건의 폐 손상이 비특이성 질환이라고 반박했으나 이는 질병관리본부의 원인 규명을 통해 의료계에서도 명칭을 ‘가습기 살균제 관련 폐 손상’으로 명명됨으로써 탄핵됐다. 아울러 옥시 측은 ‘그레디언트 전문가 보고서’를 들어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윤경 변호사와 백창원 변호사는 “‘그레디언트 전문가 보고서’는 영국계 법인인 옥시 측의 의뢰로 그 주장에 부합하는 전문보고서에 불과하다”면서 “옥시 측이 의뢰해 수행한 연구기관 조차 가습기 살균제의 PHMG 물질 흡입에 따른 전신 독성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옥시 측은 해당 폐질환이 간염성 질환 또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라고 주장했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중단을 권고한 이후에는 해당 폐 질환 발생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었다.

아울러 윤경 변호사와 백창원 변호사는 옥시를 비롯한 제조사와 판매사 측의 제조상, 설계상, 표시상 결함을 들어 제조물책임을 물었고, 치료비와 장례비, 위자료, 일실수입 손해 등 손해배상 범위까지 일목요연하게 책정, 요구해 그에 적합한 합의금을 이끌어냈다.

최근 손해배상소송의 소멸시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에 대해 윤경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사실이나 가해자를 인지한 때로부터 3년 안에, 또는 불법 행위가 벌어진 시점으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경우 그 피해는 2011년에 알려졌으나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는 2014년에 정부가 판정을 내렸으므로 아직 시효가 지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재 환경부에서 5월부터 추가 피해자 접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윤경 변호사와 백창원 변호사 팀도 지난 4년 동안 관련 소송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입증자료들을 가지고 5월 말까지 소송인단을 모집, 추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아내와 아기, 남편, 부모를 잃은 피해자들, 가정 자체가 파괴된 피해자들의 슬픔이 합의금으로 사라질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눈물 나는 한을 조금이라도 들어주고 개선해주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도움말: 법무법인 바른 윤경 변호사, 백창원 변호사>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