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도시 이야기] 갯벌을 정원으로…연 1200억 버는 순천의 '역발상'
2002년 7월 취임한 민선 3기 조충훈 전남 순천시장은 지역 경제를 살릴 방안을 찾기 위해 시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바다와 접한 인구 20만여명의 소도시 순천은 굴 등 수산물과 몇몇 관광지를 빼곤 이렇다 할 수입원이 없었다. 인접한 여수와 광양시에 투자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어 기업을 유치하기도 힘들었다.

고심을 거듭하던 조 시장과 공무원들의 눈에 들어온 곳이 순천만이었다. 광활한 갯벌과 거대한 갈대 군락이 펼쳐진 순천만은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버려진 땅’이었다. 갯벌을 매립한 자리에 들어선 농장에서 내보내는 오·폐수로 오염이 심해지는 상황이었다.

순천시는 2003년 주민, 시민단체와 손잡고 순천만협의회를 구성해 습지 보존 계획을 세웠다. 갯벌 근처의 음식점을 옮기도록 하는 등 ‘개발’보다는 ‘보존’을 통한 생태관광지 조성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열 배에 가까운 28㎢ 규모의 순천만 갈대숲과 갯벌이 정부의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2006년엔 국제습지보호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습지가 됐다.

순천만 탐방객은 2003년 10만여명에서 2010년 295만여명, 지난해 520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순천시에 따르면 순천만의 연간 입장료 수입은 100억원이 넘는다. 관광객 덕분에 파생되는 지역경제 간접효과는 연간 1200억원에 달한다.

순천=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