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재무설계 방법과 금융상품을 찾는데 탐색비용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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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8) 재무설계 탐색비용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쉐보레 자동차 평균 판매가격은 2436달러, 최저가는 2350달러, 최고가는 2515달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는 1961년 ‘정보경제학(The economics of information)’이라는 기념비적인 논문에서 1959년 2월 미국 시카고 자동차 판매상의 판매가격 분포를 소개했다. 스티글러는 이 통계를 통해 동질적인 상품에 대해서도 판매상이 서로 다른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판매 가격의 분산(dispersion)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가격 분산에 대응해 소비자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가격을 알아내려고 여러 판매자를 조사하는 것을 가리켜 ‘탐색(search)’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탐색에 필요한 비용이다. 이 탐색비용은 시간을 말한다. 조사 대상 판매자 수가 늘어날수록 탐색비용은 불어난다. 또 소득이 많은 소비자일수록 시간의 가치가 커서 탐색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탐색비용을 지급하더라도 탐색 덕분에 낮은 가격으로 구매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면 문제될 게 없다.
금융소비자의 재무설계에서도 탐색비용 이슈가 중요하다. 금융소비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재무설계사를 찾기 위해 어떻게 탐색할지부터가 막막하다. 인터넷에서 재무설계를 검색하면 ‘무료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제안이 수없이 쏟아진다. 그중에서 누가 적임자일지를 탐색하는 데 필요한 탐색비용이 엄두가 나지 않아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대개는 몇몇 사이트를 둘러보는 선에서 탐색을 마무리하고 재무설계사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렇게 선택한 재무설계사에게 기대한 서비스를 받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재무설계는 뒷전이고 금융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재무설계사도 적지 않은 탓이다.
연금이나 보험 같은 금융상품을 탐색하는 것은 재무설계보다는 형편이 낫다. 여러 회사 상품을 비교하는 사이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금융상품 한눈에(finlife.fss.or.kr)’는 정기예금, 적금, 대출, 연금저축 등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오는 9월부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도 비교할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www.e-insmarket.or.kr)’는 실손의료보험, 자동차보험, 연금보험,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등을 비교할 수 있다.
이런 사이트들이 금융소비자의 탐색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스티글러가 탐색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보를 한데 모으는 것(information pooling)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과도 맥이 닿는다. 전통 경제학의 가정처럼 소비자가 완전한 정보를 가질 수는 없더라도, 관련 정보를 최대한 모은다면 탐색비용 감소로 인한 소비자의 이익이 커진다. 민간에서도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의 탐색비용 줄이기에 도움을 주는 각종 정보비교 사이트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의 투자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는 주가연계증권(ELS) 정보를 모은 사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보 비교 사이트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기서 스티글러의 다른 주장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생긴다. 스티글러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을 통해 소비자가 탐색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금융회사들과 전문 교육기관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금융소비자를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양과 질 모두에서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교육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요구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회성으로 그쳐선 안 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금융시장 환경만큼이나 금융소비자의 요구도 바뀌기 때문에 정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금융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했다면 그것을 제대로 충족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금융소비자 대상 교육은 교육 주체의 목적에 따라 교육 내용이 큰 차이를 보인다. 금융소비자가 좋은 교육을 선택하기 위한 탐색활동이 필요할 정도다.
정보 비교 사이트가 더 많이 등장하고, 교육의 양과 질이 개선돼 금융소비자가 탐색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해지기를 기대한다. 금융소비자 스스로도 자신의 탐색비용을 올바르게 배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무설계와 금융상품은 다른 소비재보다 구매 빈도가 낮은 편이다. 구매 빈도가 낮을수록 소비자의 탐색 강도는 약해진다. 약한 탐색 강도는 탐색비용 배분에 소극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금융소비자라면 재무설계와 금융상품에 대한 탐색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탐색비용을 우선 배분할 필요가 있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는 1961년 ‘정보경제학(The economics of information)’이라는 기념비적인 논문에서 1959년 2월 미국 시카고 자동차 판매상의 판매가격 분포를 소개했다. 스티글러는 이 통계를 통해 동질적인 상품에 대해서도 판매상이 서로 다른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판매 가격의 분산(dispersion)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가격 분산에 대응해 소비자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가격을 알아내려고 여러 판매자를 조사하는 것을 가리켜 ‘탐색(search)’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탐색에 필요한 비용이다. 이 탐색비용은 시간을 말한다. 조사 대상 판매자 수가 늘어날수록 탐색비용은 불어난다. 또 소득이 많은 소비자일수록 시간의 가치가 커서 탐색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탐색비용을 지급하더라도 탐색 덕분에 낮은 가격으로 구매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면 문제될 게 없다.
금융소비자의 재무설계에서도 탐색비용 이슈가 중요하다. 금융소비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재무설계사를 찾기 위해 어떻게 탐색할지부터가 막막하다. 인터넷에서 재무설계를 검색하면 ‘무료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제안이 수없이 쏟아진다. 그중에서 누가 적임자일지를 탐색하는 데 필요한 탐색비용이 엄두가 나지 않아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대개는 몇몇 사이트를 둘러보는 선에서 탐색을 마무리하고 재무설계사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렇게 선택한 재무설계사에게 기대한 서비스를 받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재무설계는 뒷전이고 금융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재무설계사도 적지 않은 탓이다.
연금이나 보험 같은 금융상품을 탐색하는 것은 재무설계보다는 형편이 낫다. 여러 회사 상품을 비교하는 사이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금융상품 한눈에(finlife.fss.or.kr)’는 정기예금, 적금, 대출, 연금저축 등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오는 9월부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도 비교할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www.e-insmarket.or.kr)’는 실손의료보험, 자동차보험, 연금보험,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등을 비교할 수 있다.
이런 사이트들이 금융소비자의 탐색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스티글러가 탐색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보를 한데 모으는 것(information pooling)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과도 맥이 닿는다. 전통 경제학의 가정처럼 소비자가 완전한 정보를 가질 수는 없더라도, 관련 정보를 최대한 모은다면 탐색비용 감소로 인한 소비자의 이익이 커진다. 민간에서도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의 탐색비용 줄이기에 도움을 주는 각종 정보비교 사이트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의 투자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는 주가연계증권(ELS) 정보를 모은 사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보 비교 사이트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기서 스티글러의 다른 주장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생긴다. 스티글러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을 통해 소비자가 탐색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금융회사들과 전문 교육기관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금융소비자를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양과 질 모두에서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교육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요구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회성으로 그쳐선 안 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금융시장 환경만큼이나 금융소비자의 요구도 바뀌기 때문에 정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금융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했다면 그것을 제대로 충족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금융소비자 대상 교육은 교육 주체의 목적에 따라 교육 내용이 큰 차이를 보인다. 금융소비자가 좋은 교육을 선택하기 위한 탐색활동이 필요할 정도다.
정보 비교 사이트가 더 많이 등장하고, 교육의 양과 질이 개선돼 금융소비자가 탐색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해지기를 기대한다. 금융소비자 스스로도 자신의 탐색비용을 올바르게 배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무설계와 금융상품은 다른 소비재보다 구매 빈도가 낮은 편이다. 구매 빈도가 낮을수록 소비자의 탐색 강도는 약해진다. 약한 탐색 강도는 탐색비용 배분에 소극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금융소비자라면 재무설계와 금융상품에 대한 탐색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탐색비용을 우선 배분할 필요가 있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