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테헤란의 랜드마크인 밀라드타워에서 지난 2일 열린 ‘한-이란 문화공감’에서 ‘아리랑 연곡’이 울려퍼지자 현지 관람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란 테헤란의 랜드마크인 밀라드타워에서 지난 2일 열린 ‘한-이란 문화공감’에서 ‘아리랑 연곡’이 울려퍼지자 현지 관람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09년 한국 드라마를 처음 본 후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이번 행사에서 최신작을 두루 볼 수 있게 돼 무척 감격스러워요.”

이란 테헤란의 랜드마크인 밀라드타워 시네마홀에서 지난 2일 열린 ‘한류 드라마 상영회’에 참석한 이란 여성 시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란에서 처음 열린 한국 드라마 상영회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관객 수를 100명으로 제한했는데도 두 배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신청이 조기 마감됐다. 이란 최대 한류 팬클럽 ‘프라클러스’ 회원들도 상영회에 참석해 한류 스타가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K팝 영상 등으로 꾸며진 프라클러스의 홈페이지는 하루 평균 4만명이 방문할 만큼 인기가 높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가 하루빨리 이란 전역에 방영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란 국영방송 IRIB 관계자들도 드라마를 유심히 살펴보며 작품 영상을 따로 요청하는 등 구매 의사를 적극적으로 보였다.

○‘대장금’ 이어 사극 열풍 다시 부나

이란에 K컬처가 본격 상륙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지난 2일부터 한국의 다양한 문화적 매력을 알리는 ‘한국문화주간’ 행사를 열었다. 37년 만에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과의 본격적인 경제 교류에 앞서 문화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이번 행사엔 드라마, 음악, 시 등 각 분야의 문화콘텐츠가 소개됐다. 이날 상영회에선 KBS ‘장영실’을 시작으로 MBC ‘옥중화’, SBS ‘육룡이 나르샤’ 등 사극이 연이어 나왔다. 2006~2008년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 ‘주몽’이 각각 86%와 60%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이란에서 한국 사극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주몽’의 주인공인 배우 송일국이 ‘장영실’에 등장하자 이란 팬들은 함성을 터뜨렸다. 사극이 이란의 까다로운 콘텐츠 검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것도 인기 요인이다.

드라마뿐만 아니다. 같은 날 밀라드타워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이란 문화공감’ 공연엔 한국의 음악과 태권도를 보기 위해 1600여명이 몰렸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이란 국립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아리랑 연곡’이 울리자 객석에선 갈채가 쏟아졌다. 한국 태권도단의 시범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갈란대 건축학과 학생인 마나 사불 씨는 “절도 있는 태권도 품새와 박진감 넘치는 격파 기술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고 말했다.

이슬람 문학의 중심지에서 한국의 시도 울려 퍼졌다. 이날 이란 문화재청에선 김후란·신달자·장석남 시인과 이란 시인 파터메 러케이, 모하마드 알리 바흐마니가 ‘한-이란 시의 만남’을 통해 낭송의 시간을 가졌다. 자국어로 된 다섯 편의 시를 읽은 뒤 번역된 상대방의 시를 낭송했다. 문학이 발달한 나라답게 청중의 관심도 높았다. 세 시간에 걸친 낭독회에서 100여명의 청중은 시의 의미와 해석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김치부터 한복까지…“맛있고 예쁘다”

한복을 직접 입어본 이란 대학생들.
한복을 직접 입어본 이란 대학생들.
한식, 한복 등 다양한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K컬처 전시장엔 개막 첫날 3000여명의 관객이 찾았다. 특히 김치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이날 한식존엔 배추김치와 깍두기뿐만 아니라 신맛과 단맛을 좋아하는 이란인들의 음식문화를 고려해 백김치 석류김치 등도 준비했다. 배추김치 등을 맛본 사마네 엡다리 씨는 “조금 맵지만 싱겁거나 짜지 않고 맛있다”며 “이렇게 한국 음식을 직접 먹어볼 수 있는 행사가 열려 정말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동 16개국에 수출한 김치는 391만달러어치에 달했다. 전체 김치 수출액의 5.3%다. 문체부 관계자는 “드라마 ‘대장금’ 방영 이후 한식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보다 다양한 한국 음식이 소개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한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호세인 에브러히미 씨는 “드라마에서 보던 한복을 처음 입어봤는데 예쁘고 촉감도 좋다”고 말했다. 샤브남 야즈다니 씨는 “한국과 이란 문화엔 비슷한 점이 꽤 많다”며 “한복이나 음식 등은 이란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의 많은 콘텐츠와 문화가 이란에서 확산될 수 있도록 내년에는 테헤란에 한국문화원을 열고 ‘한-이란 상호 문화교류의 해’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