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와 KOTRA가 2일 이란 테헤란 에빈호텔에서 함께 연 ‘한·이란 1 대 1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5억3700만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상담회에 참석한 이란 기업인들이 한국 기업인들과 수출입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한국무역협회와 KOTRA가 2일 이란 테헤란 에빈호텔에서 함께 연 ‘한·이란 1 대 1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5억3700만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상담회에 참석한 이란 기업인들이 한국 기업인들과 수출입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2일 오전 8시30분 이란 테헤란 에빈호텔. KOTRA와 한국무역협회가 함께 마련한 ‘한·이란 1 대 1 비즈니스 상담회’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이란 기업인들이 30m 넘게 줄을 서 있었다.

화장품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모하마드 씨(41)는 “대장금 주몽 등 한국 드라마가 많은 인기를 끌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취급하는 한국 화장품 종류를 늘리기 위해 테헤란에서 600㎞ 떨어진 남부 도시 시라즈에서 어제 올라왔다”고 말했다.

행사장 안은 투자 상담을 하는 사람들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서방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난 이란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의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이란 기업인들은 테이블마다 놓인 한국 기업의 시제품을 살펴가며 30~40분에 걸쳐 질문을 쏟아냈다.

○역대 최대 규모 비즈니스 상담회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상담회는 한국 기업 123개가 참가했다. 외국에서 이뤄진 1 대 1 비즈니스 상담회 중 최대 규모다. 중소기업과 더불어 만도, 포스코E&C, 대림산업, 한진해운 등 대기업 임직원도 대거 참여했다.

성일모 만도 사장은 “이란이 경제제재를 받을 때도 이란 시장에 조향장치, 제동장치 등 자동차 부품을 매년 1000억원 가까이 수출했다”며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 수출 확대를 도모하는 동시에 유럽 부품사들이 이란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기 위해 직접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시장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현지에 연락사무소도 설립했다”고 덧붙였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 김재홍 KOTRA 사장 등은 이날 행사장을 찾아 이란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애로를 들었다. 김 회장은 “제재가 풀린 지 넉 달밖에 안됐지만 이란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져 있다”며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마련한 상담회는 중소·중견기업 해외 진출의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억3700만달러 규모 MOU

이날 상담회에선 한·이란 기업 사이에 31개, 5억3700만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KOTRA는 이번 상담회에서 904회의 실무상담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주 장관은 “이번 상담회는 MOU 체결 규모 면에서 세계를 돌며 16회 연 상담회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이뤘다”며 “한국 기업이 이란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담회를 찾은 한국 기업인들은 이란을 전초기지로 삼아 중동시장 공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란에서 합작회사를 꾸려 18년째 합성수지 제품을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는 최성오 한백코퍼레이션 회장은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에서 생산한 제품을 인근 주변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며 “제재가 풀리기 전에도 연간 130억~14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 목표는 300억원 수준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정부는 수출하는 합작 회사에는 세금을 전액 면제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며 “이란에서 활동하며 이란 정부에 등록한 기업은 이익을 해외로 송금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인들은 복잡한 결제 문제가 장차 수출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세양의 신정필 사장은 “이란에서 결제대금을 받기가 무척 까다로워 무산된 거래도 있다”며 “정부가 이 문제를 빨리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테헤란=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