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처럼…세계로 가는 'K-Law'
한국 법 제도가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는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의 압축 성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 ‘법제 수출’을 강하게 요청한 결과다. 이들 법제가 해당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제처는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베트남 태국 라오스 등 13개국과 법제 교류 협약을 맺고 각국의 법률 제·개정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법제처를 찾아 법제 등 과정을 수료한 외국 공무원 수도 2012년 46명, 2013년 127명, 2014년 273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지난 3월엔 임촌럼 캄보디아 건설부 장관과 아상 라오리 라오스 사회문화 부총리의 초청으로 제정부 법제처장이 현지를 찾아 법제 수출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라오리 부총리는 “한국은 법률만 1400개가 넘는데 라오스 법률은 117개에 불과하다”며 “한국을 롤모델 삼아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법제를 갖추고 싶다”고 협력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도 상법 등 상사 분야 관련 법률 자문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한국 법제 이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한 법제를 전수받아 경제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지낸 이재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광복 이후 한국 고도성장의 역사는 농지분배 관련법부터 경부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 관련법, 중화학공업 육성법, 무역진흥법 등 법제와 연관되지 않은 것을 찾기 힘들 정도로 관련이 깊다”며 “개발도상국들이 국민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주먹구구식 성장정책이 아니라 법제를 근거로 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개발도상국은 국토관리와 도시계획, 건설, 투자·무역 등 개발·개방과 관련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프놈펜 등 주요 지역의 도시화를 추진 중인 캄보디아는 과거 한국의 국토기본법과 도시계획법을 참고해 법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1960년대 한국의 국토종합개발계획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주민등록법도 개발도상국이 크게 관심을 갖는 법률이다. 전국에 인구가 몇 명인지, 지역별로 어떤 연령층의 인구가 사는지 파악해 국가적인 개발 전략을 세울 수 있어서다. 이재원 변호사는 “한국도 주민등록법이 전체 노동력 현황을 파악하고 정확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정확한 사회경제적 통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유목민족으로 말(馬) 관련 산업 육성을 꾀하고 있는 몽골은 한국의 말산업육성법을 참고해 관련법을 정비하고 있다. 몽골 법무부는 이를 위해 한국법을 공부한 몽골인을 특별채용하고 있다. 의료보험 등 복지제도와 정보기술(IT)을 이용한 법령정보시스템 등은 선진국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이 같은 법제 수출은 한국 기업이 해당국에 진출할 때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들 국가가 대부분 경제개발과 개방을 목적으로 법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 처장은 “한국 기업이 개발도상국에 진출할 때 현지 법제의 미비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며 “익숙한 법제가 구축된 환경이 조성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