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하고 화려한 선율의 바로크 오페라 대전(大戰)이 펼쳐진다. 국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바로크 오페라 두 편이 이달 연이어 무대에 오르며 대결을 벌인다. 한국오페라단이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9년 만에 막을 올리는 헨델의 ‘리날도’와 국립오페라단이 아시아에서 처음 무대에 올리는 비발디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다.
바로크 오페라 '5월 대전'
◆중세 귀족들의 모험과 사랑

바로크 오페라는 17~18세기 초 절대군주 시대에 발달했다. 왕실과 귀족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 높은 음역대와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아리아와 낮은 음역대의 악기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헨델, 라모, 르클레르, 글룩, 비발디 등이 이 시기 활동한 대표적인 작곡가다. 하지만 국내에선 원전 해석의 난해함, 낮은 인지도, 고악기 연주의 어려움 등으로 자주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6~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헨델의 ‘리날도’는 바로크 오페라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국오페라단이 2007년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올린다. 오페라 아리아 중 가장 유명하고 친숙한 곡 중 하나인 ‘울게 하소서’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바로크 오페라의 전형을 보여준다. 애달픈 곡조와 슬픈 가사 내용인 ‘울게 하소서’로 내용이 다소 어두울 것 같지만 해피엔딩이다. 십자군 장군 리날도가 이슬람 세력에 넘어간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사령관 고프레도의 딸 알미레나와 사랑의 결실도 맺는다.

이번 공연을 연출하는 마우리지오 디 마티아는 “자유를 향한 꿈과 희망이 강렬하게 펼쳐진다”며 “이를 최대한 강조하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현 한국오페라단장은 “음역이 높아 무대에 올리기 힘든 작품이지만 바로크 오페라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점에서 리날도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카운터테너 안토니오 지오반니니가 리날도를 연기하고 알미레나 역은 소프라노 박미자와 최세정이 번갈아 맡는다. 안토니오 페르골리치가 서울시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1만~18만원.

◆‘7각 관계’의 극적인 오페라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18~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리는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바로크 오페라 중에서도 생소한 작품이다. 95편의 오페라를 쓴 비발디의 초기 작품이다. 해외에서도 공연된 적이 드물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학민 국립오페라단장은 “바로크 오페라는 기교가 화려하고 장식이 많다고 하지만 현대인이 볼 때는 다소 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며 “이 작품은 낯설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바로크 오페라보다) 훨씬 극적이고 활기가 넘치기 때문에 관객에게 보다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오를란도와 마녀 에르실라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사랑과 질투를 다룬다. 김 단장은 “무려 ‘7각 관계’에 달하는 엇갈린 사랑과 갈등이 전개된다”며 “왕과 귀족 등을 위주로 하는 일반적인 바로크 오페라와 달리 에르실라를 중심으로 신비한 마법의 이야기가 가미되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라고 강조했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원전 악기(작곡 당시 연주되던 악기)를 일부 사용한다. 바이올린의 활을 바로크 시대에 쓰던 ‘바로크 보’로 바꾸고 호른 바순 등도 원전 악기로 구성했다. 바로크 음악 전문 오케스트라인 ‘카메라타 안티쿠아 서울’이 연주한다. 지휘를 맡은 로베르토 페라타는 “18세기 베니스의 오페라를 그대로 전하는 게 목표”라며 “그 시대의 경이로움을 원전 악기를 통해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극장에서 활동한 파비오 체레사가 연출한다. 바리톤 크리스티안 센이 오를란도 역, 소프라노 프란체스카 롬바르디 마출리가 에르실라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2만~12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