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에 발권력을 이용하려면 납득할만한 타당성이 필요하고 중앙은행이 투입한 돈의 손실이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기업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관계기관 협의체가 공식적인 첫 활동에 들어간 상황에서 한은의 기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한은 총재는 발권력 동원의 타당성에 대해 "유일호 부총리께서 국회와 소통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획득하겠다고 하신 말씀은 아주 적절하다" 며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중앙은행이 들어가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 불가피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부총리는 지난 4일 협의체에서 구조조정 정책의 윤곽이 나오면 국회에 설명하는 방식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획득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손실 최소화 원칙과 관련해 "중앙은행이 손해를 보면서 국가 자원을 배분할 권한은 없다" 며 "한국은행법상 확실한 담보가 있어야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손실 최소화 원칙에서 보면 아무래도 출자보다 대출이 부합한다" 며 "다만 출자 방식을 100%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타당성이 있으면 그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거론해온 한은의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출자에 신중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이 총재는 한은이 지원금을 회수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2009년 운영된 자본확충펀드를 제시했다. 자본확충펀드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대출하고 은행들은 그 자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을 다시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민간회사인 AIG나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지원할 때도 출자보다 지원금 회수가 가능한 대출 방식을 주로 택했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이 할 역할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겠다며 가장 중요한 역할로 금융안정을 꼽았다. 구조조정이 진전되면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워지면서 금융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정상적 기업조차 자금 조달이 어려워고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며 "회사채 지원,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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