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열린 북한의 제7차 조선노동당 대회에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언론은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이 초청한 외신기자 120여명은 대회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등 철저한 보도통제가 이뤄졌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6일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 개막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이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개혁·개방 정책을 제시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그동안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개혁·개방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다”며 “이번 당 대회는 북한이 실제로 개혁·개방 노선을 선택할지를 가늠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수차례에 걸친 핵 실험은 북한 정권을 안정시키기보다 엄청난 손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을 내놨다. NYT는 ‘김정은을 위한 대관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당 대회는 북한 경제를 되살리면서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려는 김정은의 이중 정책에 대한 찬양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어 “이번 당 대회에서 오래되고 늙은 측근들이 김정은에게 충성하는 젊은 엘리트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NHK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도 이번 당 대회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주요 기사로 다뤘다. NHK는 이날 아침 북한 노동당 대회 개최 예정 기사를 내보낸 데 이어 오전 뉴스부터 “첫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연설하며 핵과 미사일 개발 업적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김일성 주석 시대이던 1980년 이후 36년 만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를 통해 독재체제를 강화했다”고 해석했다. 아사히신문은 “당 대회에서 과시할 수 있는 김정은 체제의 실적은 핵과 미사일 개발 정도밖에 없다”며 “새로운 경제 계획 등을 발표해도 최대 원조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어 실현은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초청으로 이번 대회 취재에 나선 120여명의 외신기자는 대회장 내부 접근이 금지됐으며 사진과 영상은 행사장에서 200m 떨어져 촬영하도록 제한됐다. 교도통신은 “약 120명의 보도진은 농락당했다”며 “(북한 측은) 오후에는 당 대회와 직접 관계가 없는 전선(電線) 공장 취재를 설정했다”고 소개했다.

일부 외신기자는 북측의 취재 관련 통제가 편집증적 수준에 이르렀다며 혀를 내둘렀다. 영국 BBC의 스티븐 에번스 기자는 “취재진 4명에게 각자 1명씩 검은 옷의 감시원이 배치됐고, 화장실 안까지 따라붙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도쿄=서정환 특파원/박진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