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통상임금 분쟁]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만 3년…대법 판결후 통상임금 소송 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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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 판결전 39건서 86건으로 급증
하나만 걸려라 '로또소송'
생산직·사무직·퇴직자 등 한국GM서만 12건 소송 중
신의칙 해석 제각각
현대重선 1·2심 정반대 판결…대법 전원합의체 다시 회부
노동개혁법 정비 시급
근로기준법·파견법 손질…불필요한 소송 여지 없애야
하나만 걸려라 '로또소송'
생산직·사무직·퇴직자 등 한국GM서만 12건 소송 중
신의칙 해석 제각각
현대重선 1·2심 정반대 판결…대법 전원합의체 다시 회부
노동개혁법 정비 시급
근로기준법·파견법 손질…불필요한 소송 여지 없애야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놓은 2013년 12월 이후 2년여간 통상임금 소송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규가 여전히 정비되지 않은 데다 오락가락하는 하급심 판결이 소송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GM에만 소송 12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25개 기업(500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별 평균 3.4건씩 총 86건의 소송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전원합의체 판결일인 2013년 12월18일 이전까지 해당 기업들(당시까지 소송이 없었던 기업 포함)에 제기된 소송은 총 39건이었지만 이후 47건이 추가됐다. 조사 대상 25곳은 전경련 설문에 응한 기업들이다. 실제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은 수백건에 달할 것으로 경제계는 보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때 통상임금의 150%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통상임금의 정의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기업들은 그동안 고용노동부 해석에 따라 상여금을 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수당을 산정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3월 ‘금아리무진 판결’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여러 기업 노조는 금아리무진 판결을 계기로 무더기 소송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출 것’, ‘근로자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지 않을 것’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하급심 판결이 일관되지 못해 근로자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을 조속히 개정해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GM에는 생산직, 사무직, 퇴직자 등이 제각각 소송을 제기해 총 12건의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생산직 근로자 5명이 가장 먼저 제기한 소송은 대법원에서 신의칙을 이유로 2심으로 파기환송(근로자 패소)했다. 한국GM 노동조합은 근로자 1만여명의 신청을 받아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체불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신의칙과 관련해서도 하급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오고 있어 기업들에 혼란을 주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1심은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기업의 추가 부담 6300여억원이 2012년 순이익(1조296억원)을 크게 밑돌기 때문에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고 본 반면 2심에선 추가 부담이 2013년 순이익(1463억원)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에 신의칙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신의칙 대표 사건인 인천 시영운수 사건을 지난해 10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두 번째 전원합의체 구성이다.
◆“파견법도 정비해야”
경제계에선 통상임금 외 근로시간 단축, 파견 등 소송이 끊이지 않는 노동개혁 현안에 대한 법령 정비도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의 골자는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이 규정돼 있는데, 고용부는 이와 별도로 주말근로 16시간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근로자는 고용부 해석과 달리 ‘주말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되기 때문에 휴일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과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을 중복 지급하라’는 소송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포함해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휴일근로에서 8시간을 초과하는 부분만 중복 할증하도록 규정했다.
파견법 개정안은 파견 허용 업무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파견법은 경비·청소 등 32개 업종을 제외하고 파견근로를 전면 금지하고 있어 주요 제조업체는 일거리를 하도급업체에 통째로 맡기는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파견과 도급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파견 제한 업종에서 파견근로를 활용하면 원청업체에 파견근로자 직접 고용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에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의 ‘원청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끊이질 않고 있다.
■ 통상임금
임금 가운데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는 임금을 가리킨다. 야근·휴일근로 등 연장근로 수당의 기준이 된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때 통상임금의 150%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민법 제2조). 대법원은 근로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칙에 위반돼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한국GM에만 소송 12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25개 기업(500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별 평균 3.4건씩 총 86건의 소송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전원합의체 판결일인 2013년 12월18일 이전까지 해당 기업들(당시까지 소송이 없었던 기업 포함)에 제기된 소송은 총 39건이었지만 이후 47건이 추가됐다. 조사 대상 25곳은 전경련 설문에 응한 기업들이다. 실제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은 수백건에 달할 것으로 경제계는 보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때 통상임금의 150%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통상임금의 정의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기업들은 그동안 고용노동부 해석에 따라 상여금을 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수당을 산정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3월 ‘금아리무진 판결’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여러 기업 노조는 금아리무진 판결을 계기로 무더기 소송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출 것’, ‘근로자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지 않을 것’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하급심 판결이 일관되지 못해 근로자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을 조속히 개정해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GM에는 생산직, 사무직, 퇴직자 등이 제각각 소송을 제기해 총 12건의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생산직 근로자 5명이 가장 먼저 제기한 소송은 대법원에서 신의칙을 이유로 2심으로 파기환송(근로자 패소)했다. 한국GM 노동조합은 근로자 1만여명의 신청을 받아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체불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신의칙과 관련해서도 하급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오고 있어 기업들에 혼란을 주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1심은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기업의 추가 부담 6300여억원이 2012년 순이익(1조296억원)을 크게 밑돌기 때문에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고 본 반면 2심에선 추가 부담이 2013년 순이익(1463억원)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에 신의칙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신의칙 대표 사건인 인천 시영운수 사건을 지난해 10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두 번째 전원합의체 구성이다.
◆“파견법도 정비해야”
경제계에선 통상임금 외 근로시간 단축, 파견 등 소송이 끊이지 않는 노동개혁 현안에 대한 법령 정비도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의 골자는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이 규정돼 있는데, 고용부는 이와 별도로 주말근로 16시간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근로자는 고용부 해석과 달리 ‘주말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되기 때문에 휴일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과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을 중복 지급하라’는 소송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포함해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휴일근로에서 8시간을 초과하는 부분만 중복 할증하도록 규정했다.
파견법 개정안은 파견 허용 업무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파견법은 경비·청소 등 32개 업종을 제외하고 파견근로를 전면 금지하고 있어 주요 제조업체는 일거리를 하도급업체에 통째로 맡기는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파견과 도급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파견 제한 업종에서 파견근로를 활용하면 원청업체에 파견근로자 직접 고용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에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의 ‘원청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끊이질 않고 있다.
■ 통상임금
임금 가운데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는 임금을 가리킨다. 야근·휴일근로 등 연장근로 수당의 기준이 된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때 통상임금의 150%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민법 제2조). 대법원은 근로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칙에 위반돼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