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하는 새누리 원내지도부 > 정진석 원내대표(왼쪽 다섯 번째)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이 9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인사하는 새누리 원내지도부 > 정진석 원내대표(왼쪽 다섯 번째)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이 9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9일 새누리당에 “권력을 잡는 문제에만 함몰돼 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대 총선 새누리당 당선자 대회에서였다.

김 교수는 “밖에서 보기에 우리가 무엇을 고쳐야 할지 신랄하게 쓴소리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의 소개를 받고 연단에 올랐다. 김 교수는 “유승민 의원 얘기부터 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유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하다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국민이 보면 기가 막힌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 의원이 세금을 올리지 않고 복지를 늘리기 어렵다고 한 것은 굉장이 중요한 얘기였다”며 “심각한 논의 없이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넘어가 버렸다”고 지적했다.

여권 일부에서 제기하는 ‘반기문 대망론’도 비판했다. 김 교수는 “친박(친박근혜)과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연합해 반 총장이 대통령을 하고 친박이 내치를 맡는 이원집정부제 얘기가 있다”며 “이런 시나리오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국민 모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 등이 권력 분점형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언급하자 정치권에선 ‘반기문 대통령, 최경환 총리’ 시나리오가 돌았다.

김 교수는 총선 공천 과정에 대해서도 “정책 중심이어야 하는데 사람 중심 정치를 하려고 했고 그런 과정에서 친박·친노(친노무현)가 나온다”며 “지난번 공천에서 이런 문제가 극단적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1당과 2당이 다 졌고 국민의당도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1·2당에 대한 불만이 3당이라는 창구를 통해 표출됐고 한국 정치 전체가 실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 교수의 강연에 앞서 “특정 계파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무소속 의원 복당 등에 대해 친박 눈치를 본다는 보도도 있지만 눈치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와 협력하겠지만 청와대 주문을 여과없이 집행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강연에 이어진 비공개 토론에서는 당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중진 의원은 “총선에서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을 한 사람들은 당직을 맡지 말고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단지도체제가 계파 갈등을 심화시킨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