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출신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는 이처럼 여자를 사랑과 공포의 대상인 ‘팜파탈’로 봤다. 19세기 말 상징주의와 표현주의 화풍을 이끈 그는 여자에 대한 병적인 두려움을 화폭에 담아냈다. 그의 작품 ‘마돈나’는 사랑이 불안을 잉태하고, 불안은 다시 죽음을 낳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황홀한 듯 눈을 감고 있는 여자를 검은 어둠이 감싸고 있다. 머리의 후광만이 성스러운 여성의 이미지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좌측 아래에는 갓 태어난 아이가 겁먹은 표정으로 여자를 쳐다본다. 사랑과 출산의 고통을 숙명적으로 겪어야 하는 여성의 심리를 검은색과 베이지색으로 대비시켜 표현했다. 어릴 적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을 보았고, 종교에 심취한 아버지의 폭력을 지켜봤던 뭉크는 고통과 불안의 이면을 여성의 몸을 빌려 표현한 게 아닐까.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