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빗] 디지털 퍼스트?…현장은 아직 '디지털 라스트'
새로운 뉴스를 실험·발굴하는 뉴스래빗에게도 취재 현장은 가장 중요한 시작점입니다. 다른 취재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정치·사회·경제 이슈를 몸으로 느끼고, 이해관계가 얽힌 취재원을 직접 만나면서 보도 가치를 발견할 때 비로소 생명력 있는 기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기사 형식과 스토리텔링을 도입한다고 해도, 보도적 가치를 발굴하는 현장 취재의 중요성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뉴스래빗에게 현장은 다소 이질적입니다. 불편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360도 VR 카메라, 액션 캠, 자전거용 블랙박스 등 모바일 기반 촬영 장비로 주로 현장에 나가기 때문입니다. 현장 영상을 곧바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독자에게 재빨리 공유하는데 스마트폰만큼 좋은 장비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요 취재 현장에는 여전히 값비싼 DLSR 카메라와 육중한 ENG 영상카메라가 포진해 있습니다. 자리 잡기 경쟁이 치열한 그 현장에 뉴스래빗은 소형 스마트폰이나 막대형 VR 카메라를 들고 서 있습니다.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심정이 이랬을까요? 뉴스래빗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6개월 동안 모바일 기반 장비로 취재 현장을 누볐습니다. 골리앗의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 했죠. 그래서 종종 눈총의 대상이었습니다.

취재 명당마다 둥지를 튼 수백만, 수천만원짜리 촬영 장비는 현장의 권력이자 자부심이었습니다. 그 틈바구니에 스마트폰과 막대기 같은 삼각대를 든 젊은 모바일 저널리스트는 성가시거나 하찮은 존재로 보였을 겁니다.

[래빗LIVE] 김무성 대표 취재 경쟁, 유모차 속 아이 다칠 뻔

“이런 건 좀 빠져요!”

지난달 7일 국회의원 선거 취재 현장에서 모 방송 촬영 기자에게 들은 말입니다. 취재현장에서 스마트폰과 VR카메라 등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취재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것, 특정 사물을 뜻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격을 낮춰 부를 때 쓰이죠.

뉴스래빗은 서울 노원 병 지역구에 출마한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유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 방문으로 많은 기자가 몰렸습니다. 왼손에 VR 카메라, 오른손에 스마트폰을 쥔 채 어떻게 하면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래빗 라이브)와 360도 촬영을 동시에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순간 김 전 대표가 차량에서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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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수 십명의 기자들이 몰려 김 전 대표의 차량 앞을 가로막고, 취재진 간 몸싸움이 시작됐습니다. 뉴스래빗도 카메라 기자들과 나란히 경쟁했습니다. 스포츠 경기마냥 어깨 싸움을 벌이던 찰나 한 카메라 기자는 "어휴~이런 건 좀 빠져요, 짜증나게 하지 말고"라며 눈을 위 아래 흘겼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 디지털 뉴스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에서 이 같은 무시를 받으면 힘이 쭉 빠집니다. 언론업계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테고요.

모바일 저널리즘에 대한 무시는 인터뷰 장소에서도 발견됩니다. 스마트폰과 휴대용 삼각대, 유선 핀마이크 등 간소한 취재 장비를 본 한 취재원은 "아무리 뉴미디어 시대라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지 걱정"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크고 비싼 장비가 항상 질 좋은 뉴스를 보장하는 건 아닌데도 말입니다. VR 기술을 활용한 뉴스래빗의 '360 총선' 3부작은 국내 첫 총선 VR뉴스로 기록됐습니다.

[360현장]'아수라장' 조계사…생생한 360도 현장감’

모바일 저널리즘을 향한 국내 언론의 도전은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 뉴스래빗이 국내 최초 VR뉴스로 평가받은 '아수라장' 조계사…생생한 360도 현장감’을 선보인 이후 취재 현장에서 종종 모바일 기반 취재기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VR 콘텐츠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고화질 VR뉴스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도 취재 현장에서 VR을 촬영합니다. 최근에는 현장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페이스북 라이브 생중계를 시도하는 신문·방송사가 하나둘 늘고 있습니다.

2년 전, 미국 대표 신문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NYT)를 접한 국내 언론은 충격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탄탄한 유료 신문 독자를 거느린 뉴욕타임스마저 '디지털 퍼스트'로 조직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국내 언론은 너도나도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통합 뉴스룸과 같은 혁신 방안을 내놓았고, 현재 실행 과정에 있습니다.

↓ 이미지 클릭하면 'NYT 혁신보고서' 한글 번역판을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위한 혁신적 워크숍(IWDM)'이 한글 번역한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 표지. 출처=IWDM 구글 독스
'디지털 미디어를 위한 혁신적 워크숍(IWDM)'이 한글 번역한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 표지. 출처=IWDM 구글 독스

언론사 내부에 별도 디지털 조직은 있지만 정작 중요한 취재 현장의 취재 관행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디지털 퍼스트(first)'를 외치지만, 현장은 여전히 '디지털 라스트(last)'입니다. 이제 디지털로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공간에 맞는 뉴스 콘텐츠를 개발하고, 새롭게 유통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미래의 독자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최신 스마트폰의 촬영 성능은 전문가용 캠코더 못지 않게 좋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로 질 좋고 값싼 주변 기기도 늘고 있죠. 독자 여러분도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취재하는 기자를 만난다면 "에이~ 무슨 이런 걸로 취재를 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현장에서 불철주야 취재하는 기자분들~ 여러분도 모바일 장비로 '이런 것' 할 날이 분명 올 겁니다. 뉴스래빗이 조금 먼저 하고 있을 뿐입니다. 미리 준비하시길 당부드립니다 !.!
[RE빗] 디지털 퍼스트?…현장은 아직 '디지털 라스트'

# RE빗이란? RE(Replay)와 래빗(Lab-it)의 합성어. 뉴스래빗이 현장 취재와 다양한 모바일 기사 실험를 통해 통해 느낀 점을 공유하는 일종의 칼럼입니다.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책임 = 김민성 기자 연구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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