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앞으로 수년간 L자형"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중국 경제 성장률은 향후 수년간 ‘L자형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민일보의 이 같은 전망은 중국 정부 경제정책의 초점이 경기부양에서 구조개혁으로 다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란 평가다.

인민일보는 지난 9일자 신문 1면과 2면에 익명의 ‘권위있는 인사’에 대한 인터뷰 형식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인사는 “미약한 수요와 공급과잉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급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은 향후 수년간 ‘L자형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채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공중에서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며 “과도한 부채는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6.7%를 기록하면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중국 경제의 모순은 1분기에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문제점이 생겨났다”며 “1분기 중국 경제가 좋은 출발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인민일보 기사 내용 중 상당 부분이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주도한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시각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리 총리는 올 들어 은행권 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시도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가 ‘V자형’ 반등을 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션젠광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일보의 기사는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이 과도한 경기부양을 자제하고 경제개혁에 집중하는 쪽으로 변화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