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코스트코 푸드코트에는 ‘북경오리 피자’가 있다. 미국식 피자에 중화권 요리인 북경오리를 접목한 메뉴다. 다른 제품도 현지 수요에 맞췄다. 샤부샤부를 좋아하는 대만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소고기를 얇게 저며 팔았다. 미국에서는 살만 발라내 팔던 생선을 대만에서는 통째로 팔고 있다. 생선을 뼈째 푹 고아 먹는 문화를 반영했다.

현지화에 성공하면서 미국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는 1997년 대만에 진출한 뒤 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대만 코스트코의 회원 재가입률은 85% 이상이다.

성공적으로 다른 나라에 진출한 해외 유통업체들도 진출국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해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거나 기존 상품에 변화를 주는 등 현지화 전략을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스트코는 전체 매출 중 약 25%가 해외 매장에서 나온다. 자체 브랜드(PB) 커클랜드를 통해 중소기업의 수출 판로 역할도 하고 있다. 그중에는 뉴트리바이오텍, 예맛식품 등 한국 업체도 있다.

까르푸는 중국 와인시장을 공략했다. 매년 2회 와인박람회를 열어 와인문화를 전하고 있다. 박람회에서 까르푸는 시음행사를 하고 소비자에게 와인 마시는 법도 소개한다. 지금은 중국에서 가장 큰 와인행사로 자리 잡았다. 중국 매출은 까르푸 전체 매출의 8%를 차지한다.

반면 월마트의 독일 진출은 현지화 실패 사례로 꼽힌다. 환경을 중요시하는 독일 소비자는 월마트가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월마트 계산직원들이 항상 웃고 있는 것도 문제삼았다. 독일에서는 처음 본 사람에게 웃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월마트는 진출 9년 만인 2006년 독일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