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사들이 지난달 선박을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2009년 9월 이후 약 7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절벽’이 ‘매출절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올 1~4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389만CGT(표준환산톤수: 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라고 10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은 이 기간 192만CGT를 수주해 전체 발주량의 약 49%를 따냈다.

반면 한국은 전체의 5% 수준인 20만CGT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올해 수주량을 기준으로 한국은 중국과 이탈리아, 프랑스에 뒤진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980년대 이후 연간 수주량 3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한국의 3% 수준밖에 수주하지 못했고, 프랑스는 수주량 기준 20위권 밖의 나라다. 이 와중에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달 수주실적을 전혀 기록하지 못했다.

조선사들이 보유한 일감을 의미하는 수주잔량도 감소세다. 지난달 말 한국의 수주잔량은 2673만CGT로, 1년 전에 비해 약 17% 줄었다. 2004년 2월 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요 조선사의 매출 규모도 줄고 있다. 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 부문),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3사의 지난 1분기 매출 합계는 11조1227억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12%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 줄었다.

1분기 매출은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조(兆) 단위의 ‘빅 배스(big bath: 손실을 한꺼번에 처리해 대규모 적자를 내는 것)’를 단행한 지난해 2분기와 3분기를 제외하면 2010년 4분기 이후 최저 수준(대우조선 재무제표 수정 전 기준)이다. 대형 3사는 2011년 1분기 이후 꾸준하게 11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분기별 매출 합계가 13조원을 넘길 때도 있었다.

매출절벽은 하반기 이후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올 상반기까지는 2014~2015년에 수주한 물량이 남아 있지만, 하반기에 대형 프로젝트 절반 이상이 완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 매출은 1~2년 전 수주 성과에 따라 결정된다”며 “하반기부터는 매출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