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낙원' 중국 청두…'2분이면 뚝딱' 인공혈관도 여기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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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임대료·공과금까지 3년간 공짜…"기술 말고는 고민할 게 없어요"
정부·기업이 팍팍 밀어주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여의도 15배 크기 창업단지…최대 3억5000만원씩 지원
작년 '둥지 튼' 기업 25만개…한국전체 신설법인의 3배
정부·기업이 팍팍 밀어주는 '중국의 실리콘밸리'
여의도 15배 크기 창업단지…최대 3억5000만원씩 지원
작년 '둥지 튼' 기업 25만개…한국전체 신설법인의 3배
중국 쓰촨성 청두시(市)에 위치한 바이오 프린터업체 리보텍. 지난해 10월 인공 혈관을 2분만에 제작할 수 있는 3차원(3D) 프린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미국 루이빌대 교수였던 위지앤 강 리보텍 대표는 창업을 위해 청두로 왔다. 그는 “3D 바이오 프린팅은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 아래 병원, 바이오기업 등과 협업할 수 있는 청두가 최적의 입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의료용 영상기기제조업체 올테크의 마크 저우 대표도 2005년 회사 설립 때 청두를 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청두 소재 기업들의 공학 기술이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MRI(자기공명영상장치) 선두 시장인 미국 보다 청두가 창업에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청두시가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빨아들이고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3년간 사무공간 무상임대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웨이 유앤강 청두시발전개혁위원회 처장은 “3년 안에 중국 내 최고 창업 도시로 거듭나겠다”며 “5년 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뛰어 넘겠다”고 말했다.
◆3년 무상 임대…여의도 면적 15배 창업단지
청두의 기세는 거세다. 지난해 청두시의 신설 법인은 24만 8600개로 전년보다 19% 늘었다. 창업 1위 도시로 꼽히는 선전(29만3400개)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창업 기업(9만 3768개)과 비교하면 2.7배 많다. 또 창업기업 가운데 1만1000여 곳은 정보통신, 바이오 등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하이테크’ 업체다. 이들은 지난해에만 7만753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창업 열기 뒤에는 중국 정부와 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에 이어 청두를 ‘국가 혁신 지역’으로 정하고 430만㎡ 규모의 창업단지를 조성했다. 여의도 면적의 15배다. 창업기업에게는 최대 3년까지 사무실과 사무 설비를 무료로 제공한다.
‘하이테크존’으로 지정된 청두시 티엔푸구는 빅데이터, 생명과학, 모바일, 정보보안, 소프프웨어 등 신기술을 분야별로 나눠 73만㎡의 창업단지를 설립했다. 기자가 방문한 티엔프구 소프트웨어 산업단지 ‘소프트웨어파크’에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알리바바 텐센트 IBM GE 등 250여 개 글로벌 기업의 지사, 해외 법인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청두시는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재정 정책도 마련했다. 최대 3억5000만원까지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우수창업기업’으로 선정되면 각종 혜택도 있다. 선발된 회사의 제품을 사는 기업에게 구매가격의 최대 25%까지 국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외국인에게도 특별 임시 거주 허가증을 제공해 국내 창업기업과 같은 혜택을 준다.
청두시에 위치한 빅데이터금융기업 BBD의 저우 타오 대표는 “중국 정부는 혁신적인 기업들의 활성화와 발전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향후 10여년간 하이테크 업체들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업 외에는 고민할 게 없다”
정부뿐만이 아니다. 창업인큐베이터 등 민간에서도 팔을 걷어붙였다.
인큐베이터기업 씽크존은 티엔푸구 내 10개 건물로 이뤄진 대규모 창업 단지를 운영한다. 건물 마다 들어선 입주기업은 총 523곳. 이들 모두 씽크존으로부터 1년간 사무공간과 집기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씽크존 중앙에는 창업카페와 음식점 운동장 공원 등이 위치해 마치 고층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듯 한 인상을 줬다. 실제 입주 직원 일부는 건물 내에 숙소를 배정받아 숙식을 해결하며 단지 내에서 생활한다.
투자 유치는 씽크존의 몫이다. 2005년 중국 과학기술부가 국가인큐베이터로 선정한 씽크존은 인큐베이터 업계 최초로 2억 위안(한화 350억원) 규모의 엔젤펀드를 조성했다. 현재 청두시에는 씽크존과 같은 인큐베이터 10여곳이 활동 중이다.
입주기업 대표들이 씽크존의 장점을 얘기할 때 빼놓지 않는 표현이 있었다. “창업 외에는 고민할 게 없다”는 것이다. 각종 공과금이나 세금 부담도 없다. 병원네트워크업체 쉬렌캉의 클로릭 황 대표는 “행정업무 등 다른 일에 신경쓸 필요가 전혀 없다”며 “다른 스타트업 기업과도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어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인 다니엘 드마멜스 엔라이종합교육솔루션 창업자도 2년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임대와 기자재 사용 등에 대한 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며 “세계 어느 곳보다도 창업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댕 쿤샨 씽크존 총관리책임자는 “여기서 사업을 시작하면 금융 컨설팅 임대 등 창업 관련 모든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며 “청두를 실리콘밸리처럼 키우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대학, 상장 목표로 교내 벤처 육성
대학가도 창업 열기가 뜨겁다. 시내 유명 대학들은 정부 지원과 별개로 자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중국 이공계 ‘톱3’로 불리는 청두전자과학기술대는 2010년부터 부설 창조혁신센터를 설치하고 창업기업을 육성 중이다. 기업공개를 목표로 교내 벤처기업을 선발, 1년간 사무공간 및 기타 유지비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창업 컨설팅과 세금 법률 컨설팅도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입주기업 2곳이 상하이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인공지능 배드민턴 로봇을 개발한 챔피언로봇의 황 샨 대표는 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센서와 내비게이션 등의 기술을 이용해 아마추어 선수 수준의 로봇을 만들었다. 국방 엔터테인먼트 등 활용 분야가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처음으로 로봇 10대를 한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할 예정이다. 그는 “글로벌기업들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그들과 기술로 경쟁하는 게 꿈”이라며 “인공지능 로봇 업계의 최고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청두=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
중국 청두시가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빨아들이고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3년간 사무공간 무상임대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웨이 유앤강 청두시발전개혁위원회 처장은 “3년 안에 중국 내 최고 창업 도시로 거듭나겠다”며 “5년 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뛰어 넘겠다”고 말했다.
◆3년 무상 임대…여의도 면적 15배 창업단지
청두의 기세는 거세다. 지난해 청두시의 신설 법인은 24만 8600개로 전년보다 19% 늘었다. 창업 1위 도시로 꼽히는 선전(29만3400개)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창업 기업(9만 3768개)과 비교하면 2.7배 많다. 또 창업기업 가운데 1만1000여 곳은 정보통신, 바이오 등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하이테크’ 업체다. 이들은 지난해에만 7만753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창업 열기 뒤에는 중국 정부와 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에 이어 청두를 ‘국가 혁신 지역’으로 정하고 430만㎡ 규모의 창업단지를 조성했다. 여의도 면적의 15배다. 창업기업에게는 최대 3년까지 사무실과 사무 설비를 무료로 제공한다.
‘하이테크존’으로 지정된 청두시 티엔푸구는 빅데이터, 생명과학, 모바일, 정보보안, 소프프웨어 등 신기술을 분야별로 나눠 73만㎡의 창업단지를 설립했다. 기자가 방문한 티엔프구 소프트웨어 산업단지 ‘소프트웨어파크’에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알리바바 텐센트 IBM GE 등 250여 개 글로벌 기업의 지사, 해외 법인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청두시는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재정 정책도 마련했다. 최대 3억5000만원까지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우수창업기업’으로 선정되면 각종 혜택도 있다. 선발된 회사의 제품을 사는 기업에게 구매가격의 최대 25%까지 국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외국인에게도 특별 임시 거주 허가증을 제공해 국내 창업기업과 같은 혜택을 준다.
청두시에 위치한 빅데이터금융기업 BBD의 저우 타오 대표는 “중국 정부는 혁신적인 기업들의 활성화와 발전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향후 10여년간 하이테크 업체들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업 외에는 고민할 게 없다”
정부뿐만이 아니다. 창업인큐베이터 등 민간에서도 팔을 걷어붙였다.
인큐베이터기업 씽크존은 티엔푸구 내 10개 건물로 이뤄진 대규모 창업 단지를 운영한다. 건물 마다 들어선 입주기업은 총 523곳. 이들 모두 씽크존으로부터 1년간 사무공간과 집기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씽크존 중앙에는 창업카페와 음식점 운동장 공원 등이 위치해 마치 고층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듯 한 인상을 줬다. 실제 입주 직원 일부는 건물 내에 숙소를 배정받아 숙식을 해결하며 단지 내에서 생활한다.
투자 유치는 씽크존의 몫이다. 2005년 중국 과학기술부가 국가인큐베이터로 선정한 씽크존은 인큐베이터 업계 최초로 2억 위안(한화 350억원) 규모의 엔젤펀드를 조성했다. 현재 청두시에는 씽크존과 같은 인큐베이터 10여곳이 활동 중이다.
입주기업 대표들이 씽크존의 장점을 얘기할 때 빼놓지 않는 표현이 있었다. “창업 외에는 고민할 게 없다”는 것이다. 각종 공과금이나 세금 부담도 없다. 병원네트워크업체 쉬렌캉의 클로릭 황 대표는 “행정업무 등 다른 일에 신경쓸 필요가 전혀 없다”며 “다른 스타트업 기업과도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어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인 다니엘 드마멜스 엔라이종합교육솔루션 창업자도 2년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임대와 기자재 사용 등에 대한 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며 “세계 어느 곳보다도 창업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댕 쿤샨 씽크존 총관리책임자는 “여기서 사업을 시작하면 금융 컨설팅 임대 등 창업 관련 모든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며 “청두를 실리콘밸리처럼 키우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대학, 상장 목표로 교내 벤처 육성
대학가도 창업 열기가 뜨겁다. 시내 유명 대학들은 정부 지원과 별개로 자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중국 이공계 ‘톱3’로 불리는 청두전자과학기술대는 2010년부터 부설 창조혁신센터를 설치하고 창업기업을 육성 중이다. 기업공개를 목표로 교내 벤처기업을 선발, 1년간 사무공간 및 기타 유지비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창업 컨설팅과 세금 법률 컨설팅도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입주기업 2곳이 상하이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인공지능 배드민턴 로봇을 개발한 챔피언로봇의 황 샨 대표는 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센서와 내비게이션 등의 기술을 이용해 아마추어 선수 수준의 로봇을 만들었다. 국방 엔터테인먼트 등 활용 분야가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처음으로 로봇 10대를 한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할 예정이다. 그는 “글로벌기업들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그들과 기술로 경쟁하는 게 꿈”이라며 “인공지능 로봇 업계의 최고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청두=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