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직원 사기 북돋우려면 CEO는 광대라도 돼야"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고객과 사원의 가슴을 울리는 일입니다. 공감을 충분히 얻지 못하면 성과는 나올 수 없습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은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11일 열린 ‘이화·한경 최고위 창조경영과정(ACE 아카데미)’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30여명의 기업 대표 및 임원,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예술·문화 경영법’을 강의했다.

교보생명이 광화문 사옥 외벽에 희망 메시지 등을 담은 글귀를 게시하는 ‘광화문 글판’에도 신 회장의 이런 ‘공감경영’ 철학이 반영돼 있다. 1991년 처음 설치한 광화문 글판은 이제 서울 도심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가 됐다. 신 회장은 “문안 선정위원회가 심사숙고해 뽑은 글귀들이 세간의 화제가 될 때마다 광화문 글판을 기획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ACE 아카데미 강의에서 ‘직원의 마음을 흔드는 경영’을 위해 직원들과 수시로 식사하고 그들의 질문에 답하는 간담회를 연다고 소개했다. 직원을 위한 세족식이나 직접 출연하는 개그공연을 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 회장은 “사기를 북돋울 수만 있다면 무대 위의 광대라도 될 수 있다”며 “예술·문화 경영은 이런 사소한 노력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2000년 4월 회사의 경영 위기를 임직원에게 알리기 위해 ‘거짓뉴스 사건’을 기획했다. 강당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교보생명이 부도가 났다”는 내용의 방송을 틀었다. 신 회장은 “거짓뉴스를 통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공감경영을 바탕으로 비전경영에 나서고 있다. 그는 2001년부터 5~10년 뒤의 비전을 수립해 공개적으로 선포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상품·채널 분야에서 혁신 1위 보험사가 되겠다’는 2020년 비전을 내놨다. 신 회장은 “비전을 공개하는 것은 직원들의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일”이라며 “돈이 아닌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기업문화가 자리잡을 때 성공한 경영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전을 달성하려면 ‘똑똑한 조직’보다는 사기가 높고 이직률이 낮으며 사내 정치와 혼란이 적은 ‘건강한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