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직무수행 중단…상원 과반 '찬성'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69·사진)의 직무 수행이 12일 중단됐다. 브라질 상원은 이날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원 특별위원회 의견서를 과반 이상(41명)의 동의를 얻어 채택했다. 전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표결 절차는 총원 81명 중 71명이 단상에 올라 발언하겠다고 신청하는 통에 자정을 넘겨 12일 오전까지 지속됐으며, 이날 오전 3시20분경 41명째 찬성 발언이 나왔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가 시작된다. 최장 180일간 진행되는 탄핵심판 기간 동안 상원은 다시 특위를 가동해 탄핵 사유가 정당한지 토론하고 심사하며, 마지막으로 연방대법원장이 주관하는 전체회의 표결에서 상원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최종 가결된다.

탄핵 심판기간과 탄핵안 가결시 잔여임기(2018년말까지) 호세프 대통령의 자리는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리하게 된다. 호세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전날 미리 대통령 집무실에서 짐을 빼 뒀다. 호세프가 탄핵 되면 브라질 역사상 두번째 대통령 탄핵 사례가 된다. 브라질 최초의 직선 대통령인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가 1992년 측근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아 탄핵된 적이 있다.

◆포퓰리즘 유지하려 회계부정

2010년 첫 여성 대통령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선됐고, 2014년 재선까지 성공한 호세프 대통령은 왜 탄핵에 이르렀을까. 브라질 의회는 그가 2014년부터 의회 인가 없이 국영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실업보험, 저가주택 공급 등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는 데 쓴 점을 꼽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 연방회계법원(TCU)은 이것이 “재정적자를 축소 또는 은폐하기 위한 의도적 불법행위”라며 정부회계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브라질의 재정적자는 2014년 국내총생산(GDP)의 0.63%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10.4%로 대폭 늘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은 57%에서 66%로 급등했다. 그동안 불법적으로 빌렸던 대출금을 한번에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상원 탄핵심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불법 대출금은 상환 전 최대 587억헤알(약 20조원)에 달했다.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직무수행 중단…상원 과반 '찬성'
◆부정부패 늪에 빠진 정치

그러나 회계부정보다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한 것은 부정부패다. 호세프 대통령이 속한 집권 노동자당(PT) 관계자들은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 비리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비리에 얽힌 것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중이다.

2014년 재선 당시 부당한 방법으로 선거자금을 조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호세프의 정치적 멘토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2003~2010년)도 이 비리 스캔들의 ‘몸통’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그를 지키기 위해 호세프 대통령은 그를 형사법원 기소를 피할 수 있는 내각 수석장관 자리에 급히 임용하려 했고, 이는 대규모 대통령 퇴진 시위에 불을 붙였다. 이를 상의하는 두 사람의 전화통화 파일이 공개돼서 더욱 공분을 자아냈다.

◆탄핵 절차에 환호하는 시장

그의 탄핵이 현실화되면 될수록 시장은 크게 반기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나빠졌다. 한때 원자재 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잘 나가던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원자재 시장이 위축되고 유가가 급락하면서 급속히 부실해졌다. 실업률은 10%대로 급등했고, 물가상승률도 연 10%에 육박한다.

이런 가운데 룰라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 일관해 온 호세프 대통령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은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일련의 부패 스캔들은 평판을 더 떨어뜨렸다.
이 때문에 그의 퇴진은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브라질 증시를 대표하는 보베스파 지수는 약 35% 상승했다.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도 약 13% 뛰어올랐다. 둘 다 최근 탄핵 과정에서 특히 많이 올랐다.

◆탄핵 이후 오히려 안정 가능성

호세프 대통령 탄핵은 브라질 사회와 경제가 안정을 찾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테메르 부통령이 정권을 이어받아 혼란이 수습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국민의 대통령 지지율도 2012년 60%대에서 현재 10%로 떨어졌다. 대중의 61%는 탄핵을 지지하고 있다.

테메르 부통령은 좌파 성향 노동자당(PT) 소속인 호세프와 달리 중도 성향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이다. 친시장 정책을 펼 것이 예상된다. 13년간 PT와 연립정권을 구성했던 PMDB는 지난 3월 연정을 파기해 제1야당으로 돌아섰다.

그는 새 정부를 꾸린 후 엔히키 메이렐리스 전 중앙은행장을 재무장관으로, 브라질 최대 민간은행인 이타우유니방코의 일란 골드파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중앙은행장으로 기용할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상은/임근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