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앞 못 보는 그녀, 나무를 받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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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와 나무
“나에게 나무는 장애물이에요.”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의 첫마디에 20여년 동안 나무를 연구해 온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은 당황했다. 나무 앞에만 서면 설레는 사람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하지만 앞을 볼 수 없는 김예지에게 나무는 그런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 눈높이의 나뭇가지는 안내견도 볼 수 없어 얼굴이 종종 찔리곤 했다.
《슈베르트와 나무》는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무를 생각해 온 두 사람이 나무의 참모습을 찾아 떠난 동행 과정을 담았다. 나무를 스치는 바람결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차가운 나무줄기에 서슴지 않고 귀를 대면서 나무에 대한 김예지의 생각은 점점 변해갔다. 고규홍은 “시각 경험에 의존해 나무를 관찰하던 내가 그녀처럼 그토록 꼼꼼하게 나무를 탐색한 적이 있었을까. 그녀가 본 나무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나무 여행의 깨달음을 담아 지난해 11월 슈베르트의 피아노 선율과 나무 영상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기적 같은 음악회를 선보였다. (고규홍 지음, 휴머니스트, 321쪽, 1만6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의 첫마디에 20여년 동안 나무를 연구해 온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은 당황했다. 나무 앞에만 서면 설레는 사람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하지만 앞을 볼 수 없는 김예지에게 나무는 그런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 눈높이의 나뭇가지는 안내견도 볼 수 없어 얼굴이 종종 찔리곤 했다.
《슈베르트와 나무》는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무를 생각해 온 두 사람이 나무의 참모습을 찾아 떠난 동행 과정을 담았다. 나무를 스치는 바람결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차가운 나무줄기에 서슴지 않고 귀를 대면서 나무에 대한 김예지의 생각은 점점 변해갔다. 고규홍은 “시각 경험에 의존해 나무를 관찰하던 내가 그녀처럼 그토록 꼼꼼하게 나무를 탐색한 적이 있었을까. 그녀가 본 나무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나무 여행의 깨달음을 담아 지난해 11월 슈베르트의 피아노 선율과 나무 영상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기적 같은 음악회를 선보였다. (고규홍 지음, 휴머니스트, 321쪽, 1만6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