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놓고 계속돼 온 법정 다툼에서 대법원이 소비자 손을 들어줌에 따라 생명보험사가 2000억원대로 추산되는 보험금을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처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지난 12일 자살한 A씨의 부모가 B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해특약 약관을 무효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과 관련, “약관 해석에 관한 하급심의 혼선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힌 만큼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소송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일반보험 상품 외에 부가적으로 가입하는 ‘재해특약’이다. 재해특약은 각종 재해로 인한 사망에 대해 추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계약이다.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은 재해특약에도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문구가 있다는 데서 시작됐다. 대부분 생명보험사가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한 상품의 재해특약 약관에 피해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도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 조항을 넣었다.

이 조항은 일반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주계약 약관에 들어 있는 내용과 같다.

생명보험사들은 재해보상특약의 약관에 똑같이 표기된 단서에 대해서는 “2010년 표준약관을 개정하기 전에 실수로 포함된 것”이라며 자살을 재해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가입자들은 약관이 잘못됐더라도 작성자인 보험사가 잘못한 것이므로 약관대로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맞섰다.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소송 중인 회사는 9곳으로 미지급 보험금은 약 22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