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4명을 포함해 27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독성 화학물질 농도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보다 최소 160배 이상 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3일 세퓨를 제조한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씨는 2008년 세퓨를 처음 제조할 때 덴마크 케톡스사에서 수입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원료로 사용했다. PGH는 오씨 동업자가 컴퓨터기기 항균제 용도로 수입신고를 하고 들여온 것이다. 오씨는 수입 물량 중 일부를 빼돌려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썼다. PGH가 애초 수입신고와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이다. 수입 물량은 40L 정도였다. 화학물질 문외한인 오씨는 PGH를 인체에 무해한 농도보다 160배 이상 진하게 물에 희석해 제품을 제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묽게 희석했으면 문제가 안 됐을 가능성도 있는데 전문지식이 없다 보니 진하게 넣은 것으로 보인다. 농도가 진해지면서 독성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주부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또 다른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책임자 소환 조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주무장관인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정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옥시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