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3당 원내지도부 회동] "여·야·정 민생경제 회의 조속 개최…안보상황 3당과 공유"

'협치' 첫 무대…경청·소통 첫 발 뗐다

'낙하산 인사' 문제제기에 "정치권에도 인재 많아"
정무장관직 신설 건의엔 "정부조직법 개정사항"
"세월호특별법 논란은 국회서 잘 협의해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3당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참석자들에게 차례로 덕담을 건네고 있다. 왼쪽부터 박 대통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원회 의장,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지도부 회동에서는 거의 모든 쟁점 현안이 논의됐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민감한 현안을 놓고 충돌하기보다는 상호 경청하는 자세로 임했다. 여섯 가지 ‘합의사항’이 나온 데는 박 대통령이 과거와는 달리 ‘몸을 낮춘 게 주효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 얘기다. 박 대통령은 비공개회담이 시작되자 남북관계의 엄중한 상황 등에 대해 짧은 인사말을 한 뒤 “지금부터 여러분 이야기를 듣겠다”고 분위기를 유도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 의장이 박 대통령에게 질문하거나 건의사항을 말하고 박 대통령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회동 정례화와 민생점검회의 개최에 합의했고 ‘임을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문제는 일부 진전을 보였다. 하지만 성과연봉제와 구조조정, 누리과정예산, 낙하산인사(관피아·청피아), 정무장관직 신설 등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박지원 원내대표, 질문 메모지 전달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소통 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은 “분기에 한 번씩 3당 당대표 정례회동을 하면 어떻겠냐”고 했고, 3당 원내대표들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박 대통령은 “필요하면 더 자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사전에 준비한 14개 질문 및 건의사항이 적힌 2쪽 분량의 메모지를 현기환 정무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 도중 메모지를 여러 차례 보면서 질문에 답했다. 박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데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박 원내대표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5월16일에 기념식 식순이 정해지는데 그 이전에 보훈처와 협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 쟁점법안 언급 자제

야당 원내대표들은 노동법(파견법),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등 노동개혁에 대해 “방향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그 방법이 노사 합의 또는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지금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부터 정년 연장으로 ‘고용절벽’이 예상되고 있다. 노동법과 성과연봉제에 대해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설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쟁점 법안인 파견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대신 “청년실업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과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법안을 반대하고 있는 야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고려라는 얘기다.

○朴 “세월호 문제는 여야가 협의해달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무장관직 신설을 박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 사항이므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이와 함께 야당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을 담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제안했으나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협의해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야당 원내대표들이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인사’ 문제를 지적하자 박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능력 있는 인재를 기용할 기회가 막혀버린다면 이것 또한 문제 아닌가. 정치권에도 인재가 많지 않으냐”고 말했다. 또 “안보상황 정보와 관련해서는 3당과 더 많이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진전된 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장진모/은정진/김기만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