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바다 풍경
추자도 바다 풍경
섬으로 떠나는 여행에는 언제나 설렘이 가득합니다.

어떤 이는 섬 여행을 이상향(理想鄕)으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과장되게 말하기도 합니다. 섬 여행은 바다를 건너 미지의 세상으로 떠나는 모험과도 같은 여행이라는 느낌입니다.

여기 두 개의 섬이 있습니다. 한 곳은 낚시인들이 선호하는 제주의 추자도, 또 한 곳은 일본인들이 병참기지로 사용한 부산의 가덕도입니다. 두 섬 모두 절경의 관광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지만 제주관광공사와 부산관광공사는 자신있게 이곳을 추천했습니다.

순수한 자연과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섬이어서 머지않아 두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추자도와 가덕도는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는지 직접 여행을 떠났습니다.

제주 추자도
상처받지 않은 풍경에 머물다
추자도 등대에서 내려다본 마을
추자도 등대에서 내려다본 마을
바다낚시의 천국…어종도 풍성
오전 9시30분. 제주항을 떠나 추자도로 향하는 쾌속선은 푸른 바다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배 안은 낚시꾼과 여행객으로 가득하다. 추자도로 향하는 바닷길의 풍경은 조금 단조롭다. 풍경을 감상할 사이도 없이 1시간20분 정도 지나니 배는 추자항에 도착했다. 추자도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제주와 전남 중간쯤에 있는 추자도는 모두 42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상·하 추자와 추포, 횡간도는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고 나머지 38개는 무인도다.

어업 중인 추자도 어민들
어업 중인 추자도 어민들
추자도는 ‘바다낚시의 천국’이다. 섬을 둘러싼 모든 갯바위가 낚시 포인트다. 참돔을 비롯해 돌돔, 농어 등 고급 어종이 풍부해 낚시를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들르는 곳이다. 11월에는 낚시꾼들을 미치게 만든다는 힘좋은 감성돔이 잡힌다. 이렇듯 낚시꾼들이 즐겨 찾다 보니 추자도는 관광지로서보다는 낚시 명소로 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자도를 찬찬히 둘러보면 아기자기하면서도 꾸밈없는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오지박 전망대에서 보이는 수많은 섬

추자도의 모습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상추자도 중앙에 있는 추자도 등대에 오르는 것이 좋다. 계단을 타고 20분 정도 오르면 해발 125m 산 정상에 등대가 우람한 모습을 드러낸다. 등탑의 높이는 24m이며 등대 불빛이 20초에 한 번씩 반짝인다. 불빛이 미치는 거리는 48㎞에 이른다고 한다. 추자도 등대 입구 홍보관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모형이 있다. 등대 전망대에 올라서니 여름 초입에 들어선 추자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색색의 지붕과 바다, 마을 한가운데 작은 밭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 사이에는 추자대교가 세워져 있다. 대교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바닷길을 이어주는 212m의 작고 아담한 다리다. 다리를 넘어 추자도 인근의 섬을 조망할 수 있는 오지박 전망대로 발길을 옮겼다. 해안 절벽에 보호 펜스를 두르고 망원경 1대, 의자 몇 개를 설치한 것이 전부지만 눈 두는 곳마다 절경이 펼쳐진다.

수령섬, 염섬, 노린여, 검둥여, 추포도, 횡간도, 미역섬, 흑검도, 구멍섬, 보름섬…. 그리고 멀리 흐릿하게 보길도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예초리 입구 엄바위 장승(억발장사)이 서 있다. 사람들은 엄바위 장승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엄바위 장승은 바위 아래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엄바위 장승은 인근 바다에 있는 바위로 공기놀이를 할 정도로 거대하고 힘이 셌다고 전해진다.

엄바위 장승을 본 뒤 마을로 들어서니 길 양옆으로 돌미역이 빽빽하게 널려 있다. 따가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번갈아 품으며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다. 엄바위를 돌아 바다쪽으로 향하면 신대리 몽돌밭으로 이어진다. 몽돌밭 앞바다에는 마치 소머리를 닮은 듯한 우두섬이 보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돋이가 절경인 까닭에 ‘추자10경’ 중 당당히 제1경으로 손꼽힌다.

최영 장군과의 인연이 깃든 섬

신대 몽돌밭 옆 산책로를 걷다 보면 ‘황경헌의 묘’가 나온다. 황경헌의 어머니는 마리아 정난주다. 정약현의 딸이며 다산 정약용의 조카다. 정난주는 남편 황사영이 백서사건으로 순교한 뒤 두 살배기 아들 경헌과 제주 유배길에 올랐다. 모진 박해로 아이를 돌볼 길이 없던 정난주는 아들 경헌을 저고리에 싸서 바위틈에 두고 떠났다. 경헌은 주민들의 보호 속에 성장했고 지금까지도 후손이 이어지고 있다. 예초리 바닷길에는 정난주를 기리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추자도에서 빼놓지 않아야 할 곳이 추자면 사무소 옆에 있는 최영 장군 사당이다. 최영 장군은 고려 공민왕 23년(1374년) 탐라에 있던 몽골 군대를 몰아내기 위해 제주로 가던 중 심한 풍랑을 맞아 한동안 추자도에서 머물렀다. 추자도 금산곶에서 바람이 잔잔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장군은 추자도 백성들에게 어망을 만들어서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쳤다. 장군이 추자도를 떠난 이후 이곳 주민들은 그의 은덕을 기려 사당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묵리항에서 약 2.7㎞ 떨어진 거리에는 모진이해변이 있다. 작은 자갈이 해변을 가득 메운 몽돌해안이다. 바닷물이 들락거리면서 돌 사이로 흐르는 소리가 마치 자연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선율 같다. 파도는 온몸을 뒤척거리며 몰려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파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해풍이 슬그머니 얼굴에 닿는다. 햇살과 바닷바람조차 풍경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추자도다.

여행정보

제주항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9시30분에 상추자도로 가는 퀸스타2 페리호를 타면 된다. 추자도에서 제주로 돌아올 때에는 상추자항에서 오후 4시30분에 페리호가 출발한다. 추자도의 명물인 조기를 먹고 싶으면 중앙식당(064-742-3735)이 좋다.

부산 가덕도
수난의 섬에서 명승지로
해안 절벽과 어우러진 가덕도 등대
해안 절벽과 어우러진 가덕도 등대
숭어잡이로 들썩이는 풍요로운 섬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인 가덕도는 숭어잡이로 들썩이는 풍요로운 섬이다.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가덕도는 화려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가덕도 여행은 녹산선착장에서 시작한다. 지금은 동력선이 다니지만 과거에는 무동력선 돛배를 이용해 진해 녹산선착장까지 도선을 운항했다. 가덕도의 특산품인 가덕대구, 바지락, 굴, 미역, 양파 등이 인근 송정장(녹산동)과 웅천·용원장(창원시 진해구)으로 실려나갔다. 또 멀리 낙동강 수로를 이용해 삼량진장과 부산 자갈치시장까지 왕래하는 항구였다.

이 때문에 선창항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선창항을 지나면 천성, 대항 방면 도로를 따라 섬 남단으로 내려가는 동안 대항마을과 외양포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원래 대항(大項) 바깥쪽에 있는 잘록한 포구라는 뜻으로 외항포(外項浦)라 불렸지만 현재 외양포(外洋浦)가 공식 지명으로 사용된다.

일본 침략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외양포

탄약고, 벙커 등이 남아 있는 외양포마을
탄약고, 벙커 등이 남아 있는 외양포마을
외양포마을은 러일전쟁 시기, 일본군 제4사단 휘하 진해만 요새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이다.

탄약고와 포진지, 벙커 등 아픈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마을 뒤편 산길을 조금 오르면 포 자리와 탄약고, 대피소 건물이 모인 일본군 군사시설을 볼 수 있다. 100년이 넘게 흘렀지만 이곳은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일본군의 침략 야욕과 강제 노역에 동원된 사람들의 고통 어린 외침이 건물 구석구석에 스민 듯, 불어오는 바람마저 스산한 느낌이다. 세상 모든 것이 변했지만 외양포마을은 아직 그 시기에 사는 양 보인다.

당시 일본군은 이곳에 포대 진지를 구축하면서 주민을 모두 쫓아내고 마을 전체를 군사기지로 만들었다. 현재 마을에 남은 건물은 그때 세운 적산 가옥(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소유한 건물이나 재산)이다. 해방이 되고 고향에 돌아온 사람들이 헌병 막사며 장교 사택, 무기고 등을 수리해 지금껏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외양포마을은 전체가 해군 소유여서 주민들이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지을 수 없다. 적산 가옥이 원형 그대로 남은 건 불편함을 감수하고 오랜 세월 고향을 지켜온 이들 덕분이다. 사람들이 모두 떠났다면 마을은 폐허가 되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흔적도 세월의 뒤안길에 묻히지 않았을까. 돌아서는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묵직하다.

100년된 근대 건축물 가덕도 등대

가덕도의 외양포 마을에서 남쪽 끝으로 가면 해안 절벽에 가덕도 등대가 있다. 100년의 세월이 지난 근대 건축물이지만 가덕도 등대는 보존 상태가 좋다. 우아한 외관과 내부 구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데다 한국과 일본, 서구식 건축양식이 융합돼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등대 내부에는 사무실과 침실, 부엌과 욕실이 갖춰져 있어 사람이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덕도 등대 입구에는 오얏꽃 문양이 아직도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대한제국 시절 황실의 상징이었던 오얏꽃 문양을 남도의 끝자락에서 만나니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진다. 가덕도등대는 2002년 새 등대에 바다를 비추는 역할을 물려줬다.

여행정보

가덕도 등대에서 숙박을 체험하려면 사전에 인터넷(portbusan.go.kr/facility/facility_03_03.jsp)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숙박 전월 1일부터 8일 사이에 예약할 수 있으며 20일께 이용자를 선정해 통보한다. 매주 금토요일 숙박이 공짜다.(051-971-9710)

부산 서구 충무대로에 있는 굿스테이 호텔 퀸(051-242-3354)과 코모도호텔 부산(051-466-9101)이 깔끔하고 시설도 좋다. 소담가마솥돼지국밥(051-403-1545)의 돼지국밥은 정평이 나 있다. 추어탕은 구포집(051-244-2146), 곰장어 구이는 성일집(051-463-5888)이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