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기업부채가 중국 경제 시한폭탄? 구조조정 지켜봐야
서구 언론에서 중국의 부채 수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에서 280%에 이른다고 하면서 소위 ‘부채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부채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1위안의 GDP를 늘리려면 1위안을 들이면 충분했지만 이젠 4위안이 필요하다”며 “이 정도로 빚이 늘어난 국가 중 금융위기를 피한 곳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부채 수준을 추정하는 기준에 따라 그 규모는 상당히 차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의 부채 수준이 중국에 경제위기를 가져다 줄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 국가의 부채는 경제주체별로 구분하면 정부와 기업, 가계 부채로 나눌 수 있으며, 중국은 특히 정부 부채와 기업 부채가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해 중국의 정부 부채(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포함)는 GDP 대비 60%를 약간 웃도는데, 서구 선진국의 정부 부채가 GDP 대비 100%에 근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최근 5년간 중국 정부의 부채 증가율이 연평균 18%에 달해 장기간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선진국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은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유가, 원자재 가격 폭락 등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된 것을 만회하기 위해 내수부양 정책을 시행한 것에 기인한다.
[뉴스의 맥] 기업부채가 중국 경제 시한폭탄? 구조조정 지켜봐야
다음으로 중국 기업의 부채 수준은 2014년 GDP 대비 160%를 넘어서면서 가장 우려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기업 부채는 정부 부채와 성격이 달라 대부분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외부 자금을 조달할 때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비중은 80% 정도다.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은행 대출 의존도는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이처럼 중국 기업이 자금 조달을 상당 부분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것은 자본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은행 부실대출의 15% 손실 예상

그렇다면 은행의 부실채권은 어느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 살펴보자. 중국 정부가 발표한 2015년 은행의 부실채권 수준은 1.67%로 미국(1.59%) 일본(1.53%)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이 발표하는 수준은 이보다 훨씬 높은 5~10%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은행의 부실대출은 15% 정도만이 대규모, 혹은 전액 손실이 예상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부실대출 증가 속도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이 추세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 은행의 손실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은행의 부실채권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자산유동화와 출자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은행권으로 하여금 자산유동화를 위해 부실채권을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도록 했다. 또한 대형 국유기업의 부실채권을 출자전환하도록 유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 같은 조치가 국유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장기적으로 부실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과거에도 출자전환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 다만 정부 부채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어 과거와 같이 충분히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해소 안 된 경기부양책 후유증

중국의 여러 업종은 과잉 공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후진타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진한 무리한 부양책의 후유증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시진핑 정부는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수준의 성장을 유지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기업의 부채 수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기업 가운데 가장 부채비율이 높은 부문은 제조업이며, 따라서 주요 구조조정 대상도 제조업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과잉 업종에 대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해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도태시키고 업종별로 대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세계 500대 기업에 진입한 중국 기업이 2007년 24개에서 2015년 106개로 급증한 것은 이 같은 인수합병과 관련이 깊다.

중국 기업의 부채가 증가하는 것을 중국 경제의 위기로만 간주하는 것은 극히 단편적인 시각이다. 중국 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의 부채 규모만으로 중국 경제를 진단할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 수준은 아니야

요컨대, 현재 중국의 정부 부채나 기업 부채가 경제위기를 가져올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중국 정부가 무리한 부양책을 계속 쓸 경우 국가 부채는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 경제와 관련한 수많은 위기론이 지난 20여 년간 끊임없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건재하며, 심지어 10년 내에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구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그림자금융, 지방정부 부채, 주식시장, 외환보유액 등 순차적으로 단편적인 불안정 요인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중국 경제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잘못된 진단은 한국 기업,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일부 기관의 극단적인 진단이나 전망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구기보 <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