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재고해야", 더민주 "대통령 뜻인가", 국민의당 "협치 벗어나"
보수 일각선 보훈처 결정 지지…이념 갈등 점화 우려

여야 정치권은 국가보훈처가 16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니라 합창 방식으로 보르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후폭풍에 휩싸였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한 공동 해임촉구결의안을 추진하며 거세게 반발했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도 유감 표명과 동시에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해임안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고, 일각에서는 보훈처의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기념곡 지정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뿐 아니라 보수, 진보 단체를 중심으로 사회 갈등을 초래하는 이념 문제로 비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 상견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창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아직 (행사까지) 이틀 남았으니 재고해 주길 바란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국론분열을 피하는 좋은 방법을 검토하라'는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보훈처가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보훈처의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 원내대변인은 "5·18 추모행사를 보훈처에서 주관하는 것은 민주화를 위한 정당한 의거였다는 역사적인 평가에 기반한다"면서 "기념식의 내용과 예식 절차는 유족과 광주시민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고, 제창 여부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평소 보수 성향의 주장을 내놓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님을 위한 행진곡을 계속 합창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부르기 싫은 사람한테 제창을 강요하는건 인권침해다.

협치하라고 했지 운동권 세상으로 바꾸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을 청와대가 밝혀달라"며 "대통령이 지시한 거 맞나, 보훈처장이 거부한 건가, 지시한다고 야당 원내대표에 얘기하고 사실은 지시 안 한 것이냐"라고 추궁했다.

이재경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총선을 통해 표출된 민의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통령은 달라진 게 없다"며 "박 대통령은 진정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를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3일 전에 협치와 소통을 강조한 회동이 무효화하고 대통령께서 협치와 합치를 강조한 합의문을 찢어버리는 것"이라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의 발의 방침을 밝혔다.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소통과 협치를 강조한 박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 간 회동 결과에 대해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약속을 파기한 것이고 광주시민과 국민들의 뜻을 저버린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입으로만 위기 극복을 위한 소통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께서 여야 대표와 만나서 합의한 것 같았는데 약속을 지키시리라 믿는다"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홍지인 이신영 기자 aayyss@yna.co.kr